전우원 사죄…“5·18 진상 규명 단초 되길” 조부 ‘학살자’ 명명…무릎 꿇고 용서 구해 오월 단체 ‘긍정적’…“진정성 계속 보이길” 안재영 기자

2023년 04월 02일(일) 19:21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며 옷으로 묘비를 닦고 있다./김영근 기자

고(故) 전두환을 대신해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광주시민에게 사죄한 전우원(27)씨의 용기에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진상 규명의 단초가 되길 바라는 염원이 잇따랐다.

지난달 31일 전우원씨는 5·18기념재단, 국립5·18민주묘지, 옛 전남도청 등을 찾아 조부를 대신해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유가족, 오월영령께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5·18기념재단에서 ‘할아버지는 학살자’라고 말한 전씨는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회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외투로 열사들의 묘역을 닦았다.

옛 전남도청에선 오월 어머니들께 큰 절을 올리며 이날 하루 사죄를 끝내지 않고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지켜본 오월 단체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43년 동안 핵심 주동자들이 사과 한 마디 없이 죽었는데 그 자손이 잘못을 인정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전우원씨의 사죄를 계기로 다른 주동자들의 후손들도 용기를 냈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장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들이 많은데 조부를 대신해 무릎 꿇고 사죄한 우원씨의 행동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또 헬기 사격 등의 현장을 직접 보며 5·18의 진실을 마주하려 한 용기도 높이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전씨를 안내하는 도중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던 김범태 5·18민주묘지관리사무소장은 “그간 그 많은 사람을 집례하면서 눈물을 글썽여 본 적이 없다. 전두환 본인이 직접 왔어도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5·18 책임자들의 다른 손자들도 무엇인가 느끼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이번의 사죄가 5·18진상 규명의 단초가 되길 바라는 염원도 나왔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번 사죄는 책임을 회피하고 만행을 저지른 5·18관련자들에게 ‘후세대가 선대에 대한 정당한 역사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를 계기로 진실된 고백과 용서를 비는 관련자들이 나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도 “이번 사죄에 그치지 않고 진정성을 계속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5·18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다른 양심고백이 나올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