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작가, ‘4·3 기억 투쟁, 새김과 그림’展 개최 연대의 기치로 각인된 기억들…일깨우고, 일깨우다 5월 현장에서 만나는 ‘제주 4·3’ 억압과 투쟁의 기억 ‘새김’ ‘그림’ 두 섹션…단절되지 않는 역사 흔적 소환 최명진 기자

2023년 04월 03일(월) 19:44

‘그럼에도 밭을 일구다’

‘숟가락_빨치산의 인식표’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제주 4·3의 실체를 목판화 연작으로 전국에 알려온 박경훈 작가의 개인전이 광주에서 펼쳐진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오는 6월18일까지 본관 제 3,4 전시실에서 ‘4·3 기억 투쟁, 새김과 그림’전을 개최한다.

올해 75주년 된 제주 4·3의 기억투쟁의 현재성을 5·18광주민주화운동이 타올랐던 현장 광주에서 선보이는 전시로, 작가의 판화 및 회화작품 100여점이 소개된다.

박 작가는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를 중심으로 예술가·사회운동가·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금기시돼온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예술작업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에 적극적으로 몸담으며 실천적 예술을 펼쳐온 작가에게 제주 4·3사건은 삶의 터전에서 이어온 억압과 투쟁의 기억이며, 단절되지 않은 역사 그 자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1980년대 미술대학시절 민중미술 운동에 동참하며 작업했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를 만나볼 수 있다.

‘새김’(70여점)과 ‘그림’(30여점), 두 섹션으로 나눠 제주 4·3사건의 결정체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구성했다.

‘새김’ 섹션은 민주·인권을 향한 제주도민의 저항의 기록과 목판화가 가지는 미학적·실천적 가치를 함께 제시하는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목판화 ‘통곡 1’(1988)에서 작가는 제주 4·3에서 비롯된 생각의 무게를 목판에 칼로 새겼다. 대학 시절부터 현재까지 지속했던 이유가 피부와 심장에 체화된 문신처럼 ‘각인(刻印)’으로 나타난다.

30여 년 만에 다시 시작한 그의 목판 작업은 ‘꽃진 자리_전사의 길’(2022)에서 처럼 제주 4·3의 기억이 내면화된 일상에서 지속한다.

또한 고무판화로 제작한 ‘드르에서 거적데기’(1987), ‘토민3’(1988), ‘한라산-전사’(1988), 실크 스크린기법으로 작업한 ‘사선’(1989) 등은 제주 4·3사건에 대한 제주도민의 투쟁, 희생의 기억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토민3’(1988)과 ‘아들의 총’(1989), ‘한라산-전사’(1988)는 제주 4·3의 대항 기억을 곱씹게 한다.

‘그림’ 섹션에서는 콜라주, 디지털 제작 방식을 활용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작가 작업의 변모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최근작이 포함돼 있다.

디지털 프린트한 화면 위에 아크릴을 사용한 ‘국가의 기초’, 아크릴 작업 ‘기억의 순도’, 포토콜라주 화면 위 아크릴로 작업한 ‘숟가락_빨치산의 인식표’, 디지털 프린트 작품 ‘환경(幻景)-장기동’은 작가 초기의 판화작업에서 벗어난 시도이지만, 이 역시 지금껏 4·3에 천착한 작가의 실천적 예술이 담겨있다.

한편, 이번 전시 ‘박경훈 : 4·3 기억투쟁, 새김과 그림’ 개막식은 오는 7일 오후 5시 광주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서 열린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