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 이전’ 단초 광주·전남 상생 균열 우려 道 입장문 통해 ‘함평, 광주 편입’ 姜시장 발언 조목조목 비판 “사전협의 없이 일방 추진…대구·경북 성격 달라” 불편한 속내 姜시장 “선례있어 어려운 문제 아니다” 재확인…市, 진화 주력 김재정·박선강 기자

2023년 04월 03일(월) 20:35

국가 지원 강화를 골자로 한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 여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상정까지 4월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광주 군 공항. /광주매일신문 DB

민선 8기 출범 이후 ‘상생’에 방점을 찍고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광주시와 전남도가 군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 미묘한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함평군의 광주 편입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광주시 땅에 바다가 생긴다.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전남도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 조목조목 비판하며 불편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도가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예민한 사안에 대한 일부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단초로 자칫 시·도간 상생 모드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전남도는 3일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강기정 시장이 모 언론사 특강에서 한 발언은 지난달 29일 광주 군공항 함평군 이전 주민 설명회’에서 함평군 사회단체 유치위원회의 함평군, 광주 편입 요구에 대한 입장으로 보인다”며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은 원칙적으로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과는 별개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남도는 “강 시장의 발언은 전남도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졌고 군공항 이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전남도민의 의사와는 무관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남도는 “강 시장이 예로 든 대구·경북 사례는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이전하는 것으로 군공항만을 이전하는 광주·전남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군공항 유치 신청 전에 광주시가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광주시가 원하고 있는 함평군 편입만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군공항 이전 사업은 국방 안보 현안으로서 지자체가 아닌 국가 주도로 추진돼야 하며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전지역 주민들이 군공항 이전을 고려할 수 있을 만한 획기적인 지원 대책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남도의 입장이다.

전남도는 “전남지역 특정 시·군이 광주에 편입될 경우 지방소멸시대에 전남의 인구 감소 및 재정여건 악화 등으로 전남도에 큰 불이익과 부담을 초래하는 것이 명백함에도 광주시는 전남도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전남도는 “광주 군공항 이전의 핵심은 지역민의 수용성이 확보된 가운데 장기적인 미래 발전을 통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있다. 전남도는 지역민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광주시도 군공항 이전을 어느 한쪽의 희생이 아닌 지역의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상생의 산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강 시장의 발언에 전남도가 발끈한 것은 함평군과 광주시가 전남도와의 사전 협의 없이 군공항 이전 관련 독단적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김영록 지사가 아닌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것은 시·도간 갈등을 우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즉각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광주시는 “군공항 이전과 관련, 특정 지역을 정했거나 염두하고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가장 우선시 되는 과제는 ‘광주군공항이전을위한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다. 다음 단계가 군공항 이전 부지를 확정 짓는 일”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는 또 “군공항 이전 부지 확정을 위한 논의의 첫 시작점은 ‘군공항 이전을 원하는 해당 지역의 유치 신청’”이라며 “이전을 원하는 해당 지역의 유치 신청이 선행 된 뒤 해당 지역에 대한 인센티브 등 추가 논의가 구체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주민 수용성’과 ‘상생’을 최우선에 두고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기정 시장은 최근 한 특강에서 “함평 설명회에 함평군을 광주로 통합시켜달라 요구가 있었다. 우리는 땡큐다. 광주시 땅에 바다가 생긴다. 돌머리 해수욕장이 광주시 땅이 된다”며 “기가 막히는 일이다. 함평의 그 많은 땅이… 우리가 앞으로 그린벨트를 풀고 좋은 시설을 만들수 있는, 투자할 수 있는 좋은… 지금은 광주가 전남에 투자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다. SPC도 만들어야 되고, 우리건 우리가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경북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결정 선례가 있으니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 시장은 “다만 아직 통합을 검토했거나 제안을 공식적으로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재정·박선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