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대 간 기후범죄 증언…평화·정의 메시지 찾길” ●광주비엔날레 네덜란드 파빌리온 ‘라다 드수자’ 인터뷰 최명진 기자 |
| 2023년 04월 04일(화) 1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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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광주비엔날레 네덜란드 파빌리온 ‘세대 간 기후 범죄 재판소 : 멸종전쟁’ 오프닝을 앞두고 라다 드수자 작가를 만나봤다.
이 재판소는 2021년 네덜란드 문화예술기관인 프레이머 프레임드에서 최초로 구현됐다. 재판에서는 네덜란드 정부, 유니레버, ING그룹, 에어버스 등 초국적 기업을 기후 범죄 혐의로 공소 제기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서울 문화비축기지에서 ‘재판정에 선 법’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전시가 열렸다.
올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기간 중 ‘멸종전쟁’을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이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모의재판이다.
법학자이자 사회 운동가인 라다 드수자와 네덜란드 아티스트 요나스 스탈, 조주현 큐레이터가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지난해 11월 사전 점검 차 들른 이후 두 번째로 광주를 방문한 라다 드수자 작가는 현재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에서 법학부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이기도 하다.
남쪽 저개발국(Global South) 입장에서 문화·사회·경제 개발에 관한 연구를 하는 그는 기후위기를 ‘제3세계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전세계 인구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제3세계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는 단지 과학의 문제로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주류 담론에선 기후위기가 어떤 대기층에 있는 탄소에서 발생한다는 식의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는데, 사실 여기엔 역사적인 시각이 부재한다는 게 큰 문제죠. 대기 중 탄소가 있다면 그건 어디서 왔는지, 누가 그 탄소 입자들을 대기 중에 넣었는지 등 그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라다 드수자 작가는 기후위기를 ‘자본주의’, ‘식민주의 역사’와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는 식민주의를 필수로 하고 있습니다. UN을 포함한 서구 주요 기관들은 자본주의 개발 모델을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 어딘가에선 사람과 자연이 착취당해야 하는 셈이죠. 기후위기의 넓은 의미에서 문화와 언어 멸종도 식민주의에서 시작되며, 이 두 가지는 식민지로부터 시작된 경제적 모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광주 모의재판에선 특별히 ‘군수산업체’에 집중해 기후위기를 다룰 예정이다.
“이번 재판은 한국, 동남아 그리고 국제적으로 계속되는 전쟁 상황 속 군수산업체의 존재 자체가 ‘기후범죄’로 간주돼야 함을 의미합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환경 파괴를 일삼고, 인류 공동체와 생태계 파괴에도 영향을 미치는 한국 기업을 재판 피고인으로 세우는 겁니다.”
재판에는 평화바람, 군산미군기지 우리땅찾기 시민모임, 새만금 시민생태 조사단, 전쟁없는 세상, 청년긴급기후행동 활동가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한국 사법제도에서 겪었던 경험에 대해 공유하는 등 본인들의 활동 경험과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재판에서 증언을 펼친다.
라다 드수자 작가는 이번 모의재판 프로젝트를 통해 청중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대사회에선 반성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보는 많지만, 그걸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거죠. 기존 법 제도가 자본주의와 식민주의를 지지하며 이뤄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거시적인 관점에서 법 제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평범한 법정의 경우 개인이나 기업, 정부 기관을 법정에 세우겠지만, 이번 판결의 근거는 기존에 존재하는 법 체계입니다. 청중들이 배심원으로 모의재판에 참여함으로써 평화와 정의에 대해 더 예민한 감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큰 성과일 것 같아요.”
한편, 이번 프로젝트 오프닝은 5일 오후 2시 광주시립미술관 제1,2전시관에서 열리며 오는 7-9일 같은 장소에서 ▲새만금 프로젝트/군산 미군기지 확장 ▲한화그룹의 국내, 국외(아시아 지역) 무기 제조 및 수출 ▲베트남 붕앙2 화력발전소 건설 세 가지 사건에 대한 증거 재판이 이뤄질 예정이다. 법원을 모티브로 꾸며놓은 전시장은 오는 7월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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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