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광주비엔날레]아시아 최대 현대미술 축제, 94일 대장정 돌입 물처럼 부드럽게 스며드는 동시대 인류의 대안들 유기적이면서 절제된 구성…전통·생태학적·회복력 전시 이정표 광주 전역 문화예술현장으로…아시아문화중심도시 구심점 역할 최명진 기자

2023년 04월 05일(수) 19:27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을 하루 앞둔 5일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프레스 오픈에서 엄정순 작품 ‘코 없는 코끼리’가 소개되고 있다. /김애리 기자

(재)광주비엔날레와 광주시가 주최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7일부터 7월9일까지 94일 간의 항해를 시작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한 본전시와 파빌리온으로 구성돼 예술의 도시 광주 전역에서 국내외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기술과 발전을 거듭하는 동시대 사회 현상 속에서 선주민들의 전통·치유법·집단창작·공예 등 삶의 지혜를 살펴보면서 성찰과 치유의 길을 모색하고, 공존하는 삶에 대한 새로운 예술 가능성과 대안을 탐구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 불레베즈웨시와니의 ‘바침(An Offering)’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는 장소 특정적 설치작업이다. 제1전시실 전체는 거대한 생태 현장으로 꾸며졌으며 전시실 한 가운데 물을 활용한 설치 작업 ‘영혼 강림’에서는 회복의 기운을 느껴볼 수 있다.

제2전시실인 ‘은은한 광륜’에서는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 콜렉티브 팡록 술랍의 작품 ‘광주 꽃피우다’가 전시되고 있다. 5·18과 연관된 집단적 저항과 연대, 애도의 순간들을 포착한 목판 작업으로 오윤의 판화 작업과도 공명한다.

‘조상의 목소리’(제3전시실)에서는 호주 여성 원로 아티스트이자 전통 치료사인 베티 머플러의 대형 작품 ‘나라를 치유하다’가 치유와 돌봄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시적 주권’(제4전시실)에선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살아가는 현실을 사유하는 아서 자파의 영상 작품 ‘LOML’이 펼쳐진다.

마지막 전시실인 ‘행성의 시간들’에서는 김민정 작가의 ‘타임리스’ 등 일련의 신작이 선보여지는데, 먹물이나 태운 한지로 만들어진 형태들이 화면에 깊이를 만들어내며 명상적 공간을 구현한다. 바로 옆에는 인디고 물감, 캥거루 풀 등 재료를 활용한 주디 왓슨의 ‘죽은 나무가 있는 버룸 강’ 등 회화 연작이 배치돼 있다. 아벨 로드리게즈의 아마존 우림을 기록한 세밀한 드로잉 작품 ‘풍요와 삶의 나무’는 마치 생태학적 환경 속에서 회복하고 치유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이외에 외부 전시 공간인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예술공간집 등에서도 공간의 건축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과 맥락에 상응하는 작업들이 구현됐다.

이 기간 국외 유수 문화예술 기관이 참여하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또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면서 미술의 도시 광주를 역동하는 동시대 미술 현장으로 엮어낸다.

캐나다(이강하미술관), 중국(은암미술관), 프랑스(양림미술관), 이스라엘(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이탈리아(동곡미술관), 네덜란드(광주시립미술관), 폴란드(갤러리 포도나무), 스위스(이이남 스튜디오), 우크라이나(국립아시아문화전당) 총 9개 국가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미술관 혹은 대안 공간 등 협력기관 특성에 맞는 다채로운 전시, 퍼포먼스, 공공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광주라는 장소성을 바탕으로 광주정신과 예향의 특성을 담아낸 전시인 만큼 억압과 차별이 일어나고 있는 모든 곳에 용기와 희망,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지아 작가의 설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제2전시실 전경(사진 위) 과 에드가 칼렐 작가의 설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제3시실 전경. <광주비엔날레 제공>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