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미공개 서화 4점, 미국서 귀환 국립광주박물관 문화재 환수 성과 허련 가문 게일 여사 기증 뜻 밝혀 ‘석농화원’, ‘묵매도’, ‘송도대련’ 등 “한국 회화사 공백 채워줄 기증품” 최명진 기자

2023년 04월 05일(수) 19:27

허련 作 ‘천강산수도병풍’

조선시대 최대 서화 컬렉션 ‘석농화원’의 기록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작품 등 조선후기 미공개 회화들이 미국에서 돌아왔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지난달 28일 미국에 거주하는 게일 허 여사로부터 조선 후기 회화 4점을 기증받았다.

게일 허 여사가 지난달 28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에서 광주박물관에 기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기증품은 김진규의 ‘묵매도’를 비롯해 신명연의 ‘동파입극도’, 허련의 ‘송도대련’, ‘천강산수도병풍’이다.

이 작품들은 게일 허 여사가 시아버지인 고 허민수 씨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 미국사무소의 조사와 교섭을 통해 국립광주박물관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기증은 지난해 작고한 남편 허경모 씨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재단 측으로부터 소장품의 회화사적 중요성과 환수의 필요성을 전해들은 게일 허 여사는 흔쾌히 한국에 기증할 뜻을 밝혔다.

그는 시아버지의 고향인 진도와 가까운 국립광주박물관에 시아버지의 이름으로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기증자 고 허민수 씨는 진도 출신 은행가이자 호남화단의 거장 소치 허련 가문의 후손이다.

이번 기증품 중 소치 허련의 작품은 2점이 포함돼 있다.

힘차게 뻗은 소나무를 그린 ‘송도 대련’은 허련의 화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면 상단에는 허련이 적은 제시(題詩)와 낙관이 남아있다.

8폭으로 된 ‘천강산수도병풍’은 전형적인 소치 화풍의 산수도다. 병풍 뒷면에는 허민수 씨와 가까운 친척인 서화가 의재 허백련이 쓴 표제가 남아있어 두 사람의 깊은 인연을 엿볼 수 있다.

김진규의 ‘묵매도’는 2013년 존재가 알려진 ‘석농화원’ 필사본 권1에 제목과 그림의 평만 전해져오던 것으로, 이번에 실제 작품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진규 作 ‘묵매도

‘동파입극도’는 중국 송대 문인 동파 소식(1037-1101)이 귀양 시절 삿갓과 나막신 차림으로 비를 피하는 처연한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화사한 화훼도로 유명한 신명연의 희귀한 인물화라는 점에서 19세기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작품이다.

국립광주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기증품들은 한국 회화사의 공백을 채워줄 조선후기 미공개 회화들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게일 허 여사는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작품들이 가장 잘 향유될 수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기증 소감을 밝혔다.

한편, 국립광주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국외 문화재 환수로 인연을 맺은 것은 2017년 ‘분청사기상감 경태5년명 이선제묘지’(보물) 이후 두 번째다. 이번 기증으로 재단의 해외사무소(일본·미국)를 통한 환수 성과는 총 19건 305점에 이른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