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도 전남 ‘양곡법’ 거부권 행사에 허탈감

2023년 04월 05일(수) 19:37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분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달 통과됐는데, 12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다”고 규정했다. 양곡법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하며 재의결시 법률로 확정된다. 하지만 재적 의원(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115명)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폐기 수순을 밟을 처지다.

윤 대통령이 고유 권한으로 1호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농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법안이다. 전국 쌀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인 전남 농민들은 특히 허탈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과잉 생산을 부추길 수 있어 결과적으로 농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적극적인 생산 조정을 통해 남는 쌀이 없게 하고, 폭락을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농도(農道)’인 전남은 유례없는 쌀값 폭락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현행법에 쌀 시장 격리 실시 기준이 법제화돼 있음에도 임의조항이라는 한계로 제때 시장에서 격리되지 못해 피해가 가중됐다. 민주당은 종합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하겠다. 정부 여당도 전향적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분쟁이 증가하고, 전세계 이상기후에 따라 식량 주권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쌀 생산 기반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때다. 정쟁의 대상이 된 현실이 참 안타깝다.

농민들의 절규를 외면해선 안 된다. 쌀생산자협회는 밥 한 공기 쌀값을 201원에서 고작 300원으로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