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파랑-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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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내준 조인호 선생님의 ‘섬을 품은 한 획 ‘파랑’ 전’을 읽었다. 선생님은 1995년 첫 개인전 때도 금호문화지에 비평 글을 쓰셨다. 시간이 흘러 다시 본 글은 다른 분들과는 다른 애틋함이 배어 있는 문체다. 오랜 지인이 날 회상하며 쓴 글이어서인지 난 그분을 회상하며 글을 읽는 느낌이었다. 시간의 축적을 느꼈다고 해야 적당한 표현일까! 물리적인 시간과 감정의 시간 사이에 삶의 흔적과 작업의 시간이 혼재된다.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진섬다리를 건너 장도 언덕 위로 올라와 마주한 파랑은 늘 그랬듯 실로 청량했고 투명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줬다. 레지던시 스튜디오는 창밖 바다 풍경과 그 건너 분주한 해안가 도시풍경과 섞이어 삶과 일정 거리를 두고 이어지기도, 떨어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진섬다리부터 전시장까지 의도적으로 파랑의 기분이 들게 연출해보았다.
바다 위에 섬들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도 섬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울트라 마린 블루의 어원을 보면 ‘울트라=건너다’, ‘마린=바다’이다. 생각해보니 이번 장도 생활은 바다를 건너 파랑으로 가는 길이었다. 섬이 외로워 보이는 건 자신 품에 봄이 온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라니 한 마리가 이젠 쌍을 이뤄 작업실 창문 앞을 뛰어다니고, 매화는 피고 지고 개나리와 조팝나무는 만개하기 시작했다. 이제 장도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진섬다리를 건너는 늦은 밤, 숭어가 비상하여 일점을 찍듯 생명의 긴 파장을 일으킨다. 내가 생각하는 회화는 경험에 관한 것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가 그림이 될 때를 말한다. 그 파장은 내 눈으로, 소리로, 손끝으로 와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주었으면 한다. 회화적 진심이란 아마 지금 작업하고 있는 이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만드는 매력적인 에너지다.
<장도에서 화가 강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