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케네디:에이시-듀시’展, 6월4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 강렬한 색채로 펼쳐진 자유로운 창작의 세계 사회의 고정관념 다룬 작품 3가지 특성으로 나눠 연출 신작영상·회화 20여점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04월 11일(화) 19:31

리처드 케네디作 ‘Pop Your Head Cassie’<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사회의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또 이를 허물어버리는 새로운 예술 형식을 다양한 작품 속에 녹여낸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6월4일까지 ‘리처드 케네디: 에이시-듀시(Acey-Deucey)’전을 개최한다.

미국 출신의 리처드 케네디는 현재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다. 음악, 퍼포먼스는 물론 회화, 영상 등 전방위적인 작업을 펼치며 파격적인 예술 형식을 제시하는 작가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뉴욕의 MoMA PS1, 파리의 팔레 드 도쿄 등 유수 기관에 초청된 바 있다.

도립미술관은 케네디의 작업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현대미술의 최신 경향을 제시하고, 시각 예술뿐만 아니라 음악, 퍼포먼스 등 종합 예술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고자 한다. 리처드 케네디의 신작 영상과 함께 20여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리처드 케네디

전시 주제 ‘에이시-듀시(Acey-Deucey)’는 작가의 아버지가 즐겨 하던 카드 베팅 놀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전시에서 선보일 그의 작품은 흑·백, 남성·여성, 정신·육체, 스승·제자, 성공·실패, 사회·개인, 영속성·순간성 등 세상의 이분법적 고정관념과 가치 체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허물어 버리려는 시도다.

작가는 양극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대안적 방식을 제시한다. 커다란 몸짓으로 붓을 휘두르고, 그 흔적을 캔버스에 덧칠해 구체적인 형상을 덮는다.

그의 최근 회화 작업에서는 캔버스 공간 안으로 빠져드는 또다른 자유로움을 찾기도 한다. 망친 그림 작품을 잘라 엮으며 실패마저 성공으로 만드는 작업을 새로 시작한 것이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방으로 구분, 각 방마다 특성에 맞는 색상으로 연출됐다.

첫 번째 방에서는 작가의 최신 영상 ‘기적을 만드는 중(Miracle W.I.P)’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베를린의 집집마다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주워와 가상의 숲을 만들며, 이를 각자의 삶의 기적으로 만드는 과정으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두 번째 방은 학교 교실처럼 꾸며졌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작가 본인이 학교에서 받았던 거친 훈육과 모멸감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고자 퍼포먼스를 행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장에 제시한다.

마지막 방은 마치 놀이방처럼 아늑하고 또 조금은 기이하게도 보인다. 흑백의 구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창작의 기쁨을 관객과 공유하는 장이다.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직관적이면서도 강렬한 컬러 팔레트로 제시되는 이번 전시는 관객을 예술품과 마주하는 순수한 기쁨으로 초대하는 동시에 본인의 삶을 작품에 투영해보는 성찰의 시간으로 이끌 것이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