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김호석 작가 초대전, 8월13일까지 제5, 6전시실 ‘검은 먹, 한 점’…刻印된 진실을 담다 필묵의 선과 점, 시대 정신·다양한 삶의 모습 형상화 주제별 4개 섹션…현대적 수묵화의 강렬한 메시지 최명진 기자

2023년 04월 12일(수) 19:28

‘모기는 동족의 피를 먹지 않는다 1-2’

역사화, 인물초상화, 농촌풍경화, 가족화, 동물화 등을 통해 우리 시대의 정신과 삶의 모습을 다양하게 형상화한 전시가 마련됐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김호석 작가의 초대전 ‘검은 먹, 한 점’을 오는 8월13일까지 제5, 6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후반 작가 초기 작품인 도시풍경 시리즈를 비롯해 김 작가의 대표작품들은 물론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신작까지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작가의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회화 60여점과 아카이브 20여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전통 초상화 기법에 대한 연구와 수묵화의 현대적 변용을 고민하며 사실적인 표현과 먹의 농담, 여백미를 이용한 깊이감 있는 수묵화 작업을 하고 있다.

전시 주제인 ‘검은 먹, 한 점’은 작가의 화집 ‘모든 벽은 문이다’에 수록된 ‘검은 먹, 한 점으로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그려내고자 노력해 왔다’는 글에서 차용한 것이다.

전시는 작품 주제에 따라 ‘이 땅의 흔적’, ‘우리 시대의 초상’, ‘한 걸음 나아가’, ‘필묵(筆墨)의 울림’이라는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 땅의 흔적’에서는 작가의 초기 작품인 도시풍경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인문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동물을 소재로 한 우리 사회의 부조리,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어리석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도 소개한다.

초기 대표작 ‘아파트’(1979)는 아파트 단지의 밤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강렬한 먹빛으로 압도적인 공간감과 색채의 대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파트’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또한 1980년대 독재에 짓눌린 민중의 처참한 모습을 굴비에 빗대어 그린 ‘악!’(1983)과 한용운의 시, 파리를 모티브로 해 작업한 ‘한용운-파리’(1996), ‘먹파리’(2012), ‘탁주에 발을 씻다’(2013)에서는 파리보다 못한 인간 내면의 추함을 사실적인 묘사와 은유적 표현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 시대의 초상’에서는 1980년대 단순한 선과 필묵의 강렬한 선으로 그려낸 초기 인물화, 역사와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화, 1992년부터 현재까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린 가족화 등 작가의 대표 인물화 작품을 선보인다.

‘한 걸음 나아가’ 섹션은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한 역사화 작품들이 전시된다. 1980년대 후반 역사화 작업을 한 작가는 이후 4·19 혁명과 1991년 5월 진압경찰에 의해 죽은 시위 대학생 강경대의 장례식 등의 역사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신작 ‘모기는 동족의 피를 먹지 않는다 1-2’(2023)를 통해 작가는 인간을 동물로 취급한 학살의 역사를 예술을 통해 증언하고 기억한다.

‘필묵의 울림’에서는 우리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들을 만나본다.

작가는 인간과 자연의 근원, 삶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방향으로 예술적 화두를 확대한다. 작가는 떨어진 꽃, 들판의 풀, 강직함을 상징하는 대나무 등 식물을 그린 작품으로 새로운 시작과 시대의 아픔에 대해 치유와 성찰을 드러내는 작업을 펼쳐낸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