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청 의혹 놓고 야당·대통령실 ‘마이동풍’ 이재명 “친구 잘못 단호히 지적해야 성숙한 동맹” 송갑석 “윤석열, 47년 전 박정희 대응방식과 같아” 대통령실 “논란 마무리 돼가는 단계로 판단” 밝혀 김진수 기자

2023년 04월 12일(수) 20:3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정보당국의 한국 대통령실 등에 대한 도·감청 의혹 보도와 관련, 야당과 대통령실이 연일 ‘마이동풍’식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대응하고 있다며 사흘째 비판을 계속하고 있으나, 정작 대통령실은 ‘논란은 일단락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동맹의 핵심 가치는 상호존중과 신뢰”라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을 모을 땐 모으더라도 친구 잘못은 단호하게 지적하는 게 성숙한 동맹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미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일파만파인데 정부는 의혹 규명보다는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틀어막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정부는 도청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고 사실이면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무너진 안보 기강 역시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바로 잡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서두르고, 대통령실 보안 강화를 위한 입법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청와대 도청 문제가 최초로 불거졌던 1976년의 ‘코리아 게이트’가 곧바로 떠오른다”며 “최초의 사건이어서만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이 지금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최고는 “당시 한국의 외무장관이 주한 미국대사를 초치해서 공개 해명 요구와 함께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중의 기밀 해제 문서에 따르면 사실은 전혀 달랐다”며 “한국의 외무부장관은 주한 미국대사에게 해명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도청 사실을 공식 부인해 달라 간청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58년 전 박정희 정권의 한일협정을 답습하더니, 47년 전 박정희 정권의 대응을 데칼코마니처럼 따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은 미국 측이 대통령실에 유감 표명 등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가 미국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뺨을 때린 사람은 내가 때린 게 맞다는데 뺨을 맞은 사람은 ‘내가 언제 뺨을 맞았냐’고 변명하는 꼴”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미국 변호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논란이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고 평가하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등의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 국방장관이 먼저 우리 측에 통화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왔고, 유출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평가가 일치했다”며 “논란이 마무리 돼 가는 단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찾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1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갖고 (도·감청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대 친윤(친윤석열)계 모임 ‘국민공감’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는 긴밀히 소통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에서도 발표가 있었지만, 상당수의 문건이 조작된 것으로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지금 진상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파악되면 한미간에 정보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