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음의 탄생 / 고선주 |
| 2023년 04월 16일(일) 1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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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배는 점점 불러 왔다
입덧은 심해졌고 바람까지 먹어 치웠다
고요하지 않은 일상이다
마침내 고요의 양수가 터지고
신열이 온몸을 할퀸 후
소음이 태어났다
입술을 바짝 문 채
소음의 몸을 처음 대면했다
손과 발로 움켜쥔
작은 세상 꼼지락거렸다
양볼을 스친 적막이 갈라졌다
(시집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걷는사람, 2023)
[시의 눈]
한때 그는 고요했지요. 적막만을 간직하려 한 산이었거든요. 그를 혼자 놔두기 싫어 정치인들은 개발업자와 결혼을 시킵니다. 그러자 아파트들이 으앙으앙 울며 태어납니다. 시끄러워졌지요. 소음이 태어나자 둘은 야합해 산을 더 크게 먹어갑니다. 근교의 산은 거의 없어졌군요. 보아하니, 얼마간 남긴다 싶었는데 그만 우직끈 산불이 번지고 맙니다. 야합꾼들은 이제 다른 별에 매입 절차를 밟습니다. 하지만 우주에까지 소문나 시끄러운 지구에 살려는 이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어린왕자’도 UFO를 타고 살러왔다 곧 여우별로 되돌아갔지요. 고요의 배를 찢고 나온 소음이 자라면 다 함몰시킬 굉음이 되겠지요. 고선주 시인은 199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열린시학’으로 등단했고, 시집 ‘꽃과 악수하는 법’(2008), ‘밥알의 힘’(2012) 등을 출간했습니다. 그는 담담한 서정에 풍자를 심으며 문화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