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밤엔 꼭 꿈에 나와 우리를 좀 안아주렴…” 세월호 참사 9주기…유가족·재단 등 선상 추모식 거행 안태호 기자 |
| 2023년 04월 16일(일) 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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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희생자 유가족과 4·16재단 관계자 등 50여명이 선상 추모식을 거행했다.
새벽부터 경기도 안산에서 버스로 5시간여를 달려 목포에 도착한 세월호 유가족과 지인들은 하나둘 버스에서 내려 오전 7시께 해경 경비함정 1509함(1천500t급)에 승선했다.
선상에서 유가족들은 흐린 하늘 속 내리는 빗방울을 맞으며 비통함에 잠겼다.
해무를 뚫고 도착한 진도의 맹골수도 세월호 현장은 출발 때와 달리 화창하게 갠 하늘 덕에 ‘세월’이라고 적힌 노란 부표가 또렷이 보였다.
선미 헬기착륙장 갑판에서 거행된 추모식은 묵념을 시작으로 단원고 2학년 희생자 김빛나라 엄마인 김정화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위원장의 추도사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열여덟이란 어린 나이에 꿈도 펴보지 못한 아이들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올해도 사고해역에 모였다”며 “우리 곁에 있다면 스물일곱의 청년들이 됐을 이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지 궁금하고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심경을 표했다.
이어 “구할 수 있었는데, 못 구해서 정말 미안하다.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하늘의 별이 된 너희가 이 땅의 희망이 되면 좋겠다”고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추도사가 끝나고 유가족들은 헌화를 위해 흰 장갑을 끼고 국화꽃 한 송이씩을 손에 쥔 채 배 난간 쪽으로 향했다. 유가족들은 일렬로 서서 부표 인근에 하나둘씩 꽃을 뿌리기 시작했다.
헌화 동안 250명의 단원고 희생자 이름이 불렸고 그리움과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던 부모들은 엉엉 소리내어 울기도 했다.
9년의 시간 동안 매일같이 슬픔에 잠겨 사는 이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안아주며 토닥였다.
선상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 경비정은 노란 부표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선회했고, 경비정은 묵직한 뱃고동을 3차례 울리는 것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선상 추모식이 마무리 된 후에도 유가족들은 한참을 서서 작아지는 부표를 바라봤다.
멀어지는 부표를 향해 한 유가족은 “아들, 꼭 행복해야 해. 엄마 걱정은 말고 꼭 행복해 아들, 미안해 엄마가”라며 구슬픈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유가족들은 선상 추모식을 마치고 이날 오후 3시께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는 목포신항만을 찾아 헌화하고 선체를 한 바퀴 돌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녹슬어 버린 선체를 둘러보는 유가족들은 “금방 다시 올게”, “엄마가 미안해”라며 각자 조용히 속삭였다.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객들도 함께 묵념하고 목포신항 철재 펜스에 기억의 노란리본을 매달며 추모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온 김하은(13·여)·김연우(11) 남매는 “참사에 관한 내용을 어른들이 말해주는 이야기로만 듣다가 처음 와서 보니 배가 엄청 커 놀랐다”며 “왜 희생자가 많이 나왔는지 실감이 가고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언니 오빠’라는 글을 리본에 적어 동생과 함께 걸었다”며 희생자들의 평안을 기원했다.
목포에서 온 박정림(65·여)씨는 “가까이에 살고 있어 남들보다는 자주 오지만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올 때마다 슬프고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처음 왔을 때 보다 선체의 글씨가 확실히 희미해졌지만 글씨가 사라져도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