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큐레이터그룹 오버랩 ‘May Day in Jeju’展 ‘5·18’과 ‘4·3’…‘기억’하고 연대’하다 제30회 4·3미술제 참여…30일까지 제주산지천갤러리 회화·설치·VR 등 다양한 매체로 과거와 현재, 미래 연결 최명진 기자

2023년 04월 17일(월) 19:44

조정태作 ‘바람은 차고 아직 파도는 거칠다’

이 시대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며 일상 속 평화를 외치는 미술인들이 모였다.

제30회 4·3미술제 ‘기억의 파수, 경계의 호위’에 광주지역 독립예술공간 오버랩이 초청돼 지역안팎의 눈길을 끈다. 그 중 ‘경계의 호위’ Part2는 4·3과 비슷한 아픔, 저항의 역사를 가진 전국 5개 지역의 독립예술공간을 초청해 꾸민 전시로, 24인의 예술가가 참여해 41점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버랩이 기획한 ‘May Day in Jeju’는 광주의 오월과 같은 4·3 국가폭력에 어떻게 공감하고 연대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전시에 참여하는 강수지·김현돈·이하영·조정태 4명 작가는 20대부터 50대까지로, 다양한 세대의 시선과 감각을 담고 있다. 이들은 회화, 사진, 설치, 조각, VR 등 여러 매체로 전시를 구성했다.

강수지&이하영作 ‘위장술’

조정태 작가는 얼굴 없는 빨간 군상들의 모습으로 마지막 저항의 모습과 염원의 나무를 통해 역사와 미래를 향한 염원을 마주한다. 또한 누구도 정의할 수 없는 신념에 의한 대립 속에 있는 소시민의 인물들을 배치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잔혹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김현돈 작가는 민간인 학살에 주목해 광주와 제주의 시공간을 연결한다. 2019년 5·18행방불명자 유전자가 일치한 유해가 발굴됐던 옛광주교도소(사적22호)에서 출발해 제주 4·3 주요 학살터로 시선을 옮겨간다. 개발계획으로 사라질 공간과 관광지로 더 유명한 공간은 역사의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강수지, 이하영 작가의 작품은 오월정신 기념비를 마주하며 느낀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들은 5·18 기념공원 대동광장에 설치된 오월정신 기념물 ‘글라스파사드’에 남겨진 새들의 충돌흔에 주목한다. 아울러 기억 사업의 일환으로 기념비가 세워지는 과정을 추적하고 대동세상과 오월정신의 의미를 되묻는다.

김선영 오버랩 대표는 “오월정신과 4·3정신은 도처에 잔존해 있는 이 시대 권력과 폭력을 경계하고 저항하는 근간이 되는 정신이다”며 “이번 전시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우리 사회가 혹은 다음 세대가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기억을 이어 어떤 미래를 상상해 나가야할지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편, 제30회 4·3미술제 ‘경계의 호위’ Part2에서는 4·3, 6·25, 5·18, 10월항쟁, 국민보도연맹 등 우리나라 현대사와 국가폭력을 다양한 시각으로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제주산지천갤러리 전관에서 진행되며, 오버랩 전시는 홈페이지(http://overlab.creatorlink.net)를 통해 일부 만나볼 수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