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주는 ‘퐁당 마약’ 조심하자 / 정성원

2023년 04월 17일(월) 19:56

최근 강남구 학원가에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이 발생했다. 아르바이트생이 시음행사를 가장해 고등학생에게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에게 연락해 금품을 요구하며 협박한 것이다. 올해 초부터 잇따르는 마약 관련 기사로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의 명성은 옛 말이 되어가고 있다.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를 은어로 ‘퐁당마약’이라고 부른다. 요즘 퐁당마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피해자들의 처벌 여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피해자는 타인에게 속아서 마약을 섭취하게 된 것이 정황 또는 진술상 인정이 되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즉, 위 사건의 피해학생들은 마약투약혐의가 적용되지 않아 처벌되지 않는다.

아무리 처벌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마약을 섭취하는 상황이 더 이상 일어나면 안 된다.

이에 대응해 ‘휴대용 마약 검사 키트’가 이르면 올해부터 현장에 보급될 예정이다. 검사 키트는 마약이 섞인 음료에 담그거나 음료를 찍어서 바르게 되면 색깔이 변한다.

필로폰, 코카인과 엑스터시 등 마약류 16종을 바로 탐지할 수 있고 키트만 사용하면 내가 마시는 음료에 마약투약 유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개발 중이고, 마약 수사 현장에는 9월께 먼저 보급한 뒤, 성능 검증이 끝나면 일반인들에게 보급하거나 싼 가격에 판매할 방침이다.

지금 마약범죄는 성인들을 넘어 청소년들까지 표적으로 삼아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범죄가 됐다. 또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와 같은 사건으로 인해 길가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음식과 음료를 서로 믿고 먹었던 예전 모습은 더이상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에서 마약을 뿌리뽑지 못한다면 누군가 선의로 주는 음식에 휴대용 키트를 이용해 마약검사를 하는 삭막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정성원·해남경찰서 경무과 경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