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 이전’ 발걸음 빨라진 시·도지사 지역 간 갈등 요인 내포…지역민들 ‘정치력 발휘’ 기대 姜시장 “정치 지도자·지역 리더 통큰 결단 필요” 강조 金지사, 함평군수 면담 “지원 대책 선행” 공감대 형성 김재정·박선강 기자

2023년 04월 17일(월) 20:36

<사진=광주매일신문DB>

지난 13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군공항 이전의 경우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지역 간 갈등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강 시장과 김 지사의 정치력이 얼마나 발휘될 지 지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강 시장이 지역 정치 지도자의 ‘통 큰 결단’을 강조하고, 김 지사도 이상익 함평군수와 면담하며 조율 역할을 본격화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어 양 시·도지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강기정 시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군공항 이전 관련 질문에 “지금은 정치 지도자, 지역 리더들의 통 큰 결단과 로드맵에 대한 합의가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강 시장은 “이 시기에 유불리를 따지거나 작은 계산을 하게 되면 시간이 훌쩍 가버릴 것 같다”며 “군공항 이전 대상지, 종전 부지 개발 등에 나름대로 기대도 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도 있는 만큼 합리적인,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결단을 위해 (김영록 전남지사와) 만남을 해야 할 것이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당일(13일) 저녁 김 지사와 통화했다”며 “군공항도 있지만 광주와 전남은 반도체 특화단지도 목전에 두고 있어 이 때문에라도 빨리 만나야 할 과정에 있다”고 조만간 회동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기초 지자체 단체장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 시장은 “지자체장 판단과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별법의 구체적 내용 부족에 대한 지적과 관련, 강 시장은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것이었다”며 “(공항 관련 특별법을) 광주는 국방부, 대구는 국토부에서 만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의 의견이 담겨야 할 것이고 디테일한 것은 시행령으로 붙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또 “이전지역에 기부 대 양여를 포함한 인센티브를 어떻게 줄 수 있고 해당 지자체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전남과 협의하고 협의가 어렵다면 광주시의 생각이라도 제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광주 민간공항을 함평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해 본 적 없다”고 밝혔다.

4월 들어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김영록 지사도 이날 오전 도청에서 이상익 함평군수와 만나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 등을 협의했다.

김 지사와 이 군수는 다양한 주민 의견 수렴과 이전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공동 대응키로 했다.

군공항 문제 논의를 위해 김 지사가 기초단체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면담도 김 지사가 직접 이 군수에게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서 이상익 군수는 함평군의 군공항 유치 추진 상황을 설명한 뒤 “앞으로 군민의 뜻이 제대로 모아지도록 중립적인 위치에서 명분과 실리를 냉정하게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군수는 또 최근 논란이 된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지사는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은 이전지역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기지 않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역 발전과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종합 지원 대책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김 지사는 “정부, 전남도, 광주시, 함평군이 절차에 따라 원만한 합의로 군공항이 함평군에 유치된다면 전남도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무안국제공항이 있는 무안지역 외에도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될 경우 함평으로의 군공항 이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군공항 이전을 무안공항 활성화와 연계한 전남 발전 ‘큰 그림’을 그려온 김 지사의 기존 입장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무안지역 내 군공항 이전 반대 여론이 극심한 상황에서 사실상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김 지사의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당초 김 지사는 이날 저녁 김산 무안군수와도 만날 예정이었으나 무안군 측의 요청으로 잠정 연기됐다.

이처럼 양 시·도지사가 군공항 이전 관련 행보를 본격화함에 따라 향후 회동이 성사되면 어느 정도 수준의 의견 조율과 합의점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재정·박선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