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 없는 아우성, 침묵의 총성 / 문상필 |
| 2023년 04월 18일(화) 19:36 |
|
과거와 달리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존중하는 문화는 많이 달라졌다. 당사자들의 끊임없는 장애 차별에 대한 호소와 권리 싸움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다. 차별 없는 존중의 힘이 더 커진 것은 깨어있는 일부 비장애인들의 노력이 훨씬 시너지효과를 만들어주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은 인류의 오랜 성과였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 운동은 필요하다. 장애인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이동권 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애초 차별을 두지 않으려는 유럽의 인간 존엄성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서구는 장애에 대한 등급분류도 없다. 모든 사람이 장애 가능성을 열어둔다.
장애등급으로 장애를 구분하는 순간 장애 차별을 시작하는 것이다. 장애 기준을 정한 발상은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구분하는 데서 시작한다. 즉 장애는 정상을 벗어나거나 불행의 결과로 빚어진 비정상인 결과였다. 그 시선은 재활이나 지원의 대상으로 판단해 시혜의 대상으로 규정해 오히려 차별의 출발점을 만들었다. 장애 개념이 새롭게 필요한 이유다.
장애인의 날의 시작점은 1972년 재활에 초점을 두고 4월20일을 ‘재활의 날’로 지정해 민간 행사를 추진하면서부터다. 1981년 세계장애인의 날에야 비로소 정부 행사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법정기념일 축소 방침에 따라 법정기념일로 지정받지 못하다가, 1989년 12월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의거 1991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복지를 둘러싼 논쟁은 시혜냐 보편이냐다. 장애도 같은 맥락으로 연장해 고유한 존엄성을 외면하게 했다. 존엄의 관점에서 다름과 차이를 존중한다면 사회적으로 장애 문제는 더욱 적극적으로 오해가 풀릴 수 있다. 어쩌면 차이가 차별을 만든다면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로 일상화되기 전까지 장애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그 차이를 좁히는 노력이 민주주의의 실천이다. 장애는 이미 비장애인들의 기준에서 만들어졌고, 차이는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게 만들어 의식을 고착화해 강제한 것이다. 따라서 다르다는 인식부터 없어져야 한다. 장애는 불편한 것이 아니다. 차이 때문에 다르게 행동할 뿐이다. 사회가 장애를 극복하려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일이 먼저다.
등록 장애인이 절반에 미친다는 통계를 보면 위축된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장애를 숨기려는 문화, 장애가 집안의 치부라는 의식, 장애를 존중받지 못하게 만드는 서열 의식을 깨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에는 약자는 자신을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강자를 등에 업고 약한 자신을 숨기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낙수효과를 이끌어 사회적 기부를 조장하기도 했다. 장애인 누구나 독립적으로 존중받는 문화가 아니라 약육강식을 배우게 함으로써 기생문화를 조성한 것이 지난날의 장애 운동이었다.
필자 역시 어릴 때부터 스스로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았다. 장애를 가졌어도 경쟁이 된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장애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나를 거부하는 것이 생존의 본능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았다. 머리로 살게 한 배움은 현실의 장애를 외면하게 하고 똑같이 살 수 있다고 차이를 무시하는 훈련을 받으면서 스스로 가져야 할 존중에 관한 생각을 놓치게 한다. 차이의 무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만 가지 원인이다. 서로 상처가 생기는 것은 거기서 비롯된다. 비장애인은 어지간한 마음 씀씀이가 아니고선 차이를 인정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 차이를 줄이는 일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앞장서고 있다. 장애인들의 체육활동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그리고 사격에 종사하는 장애 체육인은 장애를 넘는 침묵의 총성을 울리고 있다. ‘2023창원장애인사격월드컵대회’를 통해 장애인의 위대함을 일깨우고 자신감을 북돋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