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현대’…역사 공간서 펼쳐진 예술의 장 국립광주박물관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외부전시 캔디스 린, 김기라 등 6명 참여…억압, 차별 이슈 주목 ‘신안해저문화재 도자류’ 박물관 소장품 764점도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04월 19일(수) 19:28

김기라作 ‘편집증으로서의 비밀정원’

유키 키하라 作 ‘사모아에 대한 노래 - 모아나(태평양)’

캔디스 린作 ‘리튬 공장의 섹스 악마들’

현대 작품과 박물관 소장품을 통해 다채로운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오는 7월9일까지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 외부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네 가지 소주제 중 ‘일시적 주권’(Transient Sovereignty)과 관련된 다수의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의 권리 침해를 다루는 작품을 소개하며 억압, 차별과 같은 이슈에 주목한다. 더불어 광주 지역 역사와 밀접한 작품도 전시한다.

한국, 대만, 미국, 사모아, 캄보디아 등지에서 활동하는 작가 6명의 작품들과 더불어 광주박물관 대표 소장품 700여점도 함께 선보인다.

박물관 중앙홀에는 김기라 작가의 설치 작품 ‘편집증으로서의 비밀정원’(2023)을 펼쳐 보인다. 작가가 무작위로 수집한 물건들은 식민주의 잔재에서 비롯한 편집증적인 수집과 진열의 방법론을 조명한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캔디스 린(Candice Lin) 작품 ‘리튬 공장의 섹스 악마들’(2023)을 전시한다. 리튬 배터리 공장 여성 노동자에 관한 주제로, 서구식 산업혁명과 현대사회에 대한 저항과 비판을 설치 미술로 표현했다.

유키 키하라(Yuki Kihara)의 ‘사모아에 대한 노래-모아나(태평양)’(2022)는 사모아의 직물과 일본의 기모노 두 예술을 접목해 수를 놓은 작품으로 작가가 인식한 탈식민주의, 인종 등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호남 서화를 대표하는 근원 구철우 선생의 작품도 공개한다.

윤리와 도덕, 일상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시 구절 ‘행초 10곡’(1970년경)에서 광주 지역 작가의 인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다목적실에는 아시아계 미국인 제임스 T. 홍의 영상 작품 ‘영혼에 대하여’(2021)를 2채널로 방영한다. 작가는 줄곧 인종과 계급에 관한 사회정치적 이슈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물관 정원에는 캄보디아 출신 작가 소핍 핏(Sopheap Pich)의 ‘춤’(2022)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은 알루미늄 제품을 재활용해 만든 다섯 개 나무 형태 조각의 유기체적 형상이다. 베트남의 침략으로 캄보디아를 떠나 난민 생활을 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 사적인 기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 공동전시 주제에 맞춰 특별한 문화재 기획전도 마련됐다.

‘도자기 대량 생산의 두 얼굴’을 주제로 신안해저문화재 도자류 764점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전통 도자기를 ‘각각 한 점이 유일무이한 예술품’으로 여기는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전시장은 도자기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비를 갖춘 현대 공장 모습이 연상되도록 구성했다.

전시에서는 서구식 산업혁명 이전 전통 시기의 일상용품 대량 생산 모습을 알리며, 흙을 구워 물건을 만드는 ‘요업’의 번영 이면에 존재했던 자연환경의 악화,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도 제기한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