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극단 정기공연 ‘벚꽃 동산’, 27-29일 빛고을시민문화관 다양한 인간 군상으로 들여다보는 현대사회 러시아 대문호 안톤체홉 4대 희곡 삶과 꿈에 대한 사유의 극 펼쳐내 최명진 기자

2023년 04월 20일(목) 19:20

‘벚꽃 동산’ 출연진. <광주문화예술회관 제공>

따뜻한 봄날 깊은 감동과 웃음을 선사할 연극 무대가 펼쳐진다.

광주시립극단은 오는 27-29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고전명작 시리즈 ‘벚꽃 동산’을 선보인다.

‘벚꽃 동산’은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홉의 4대 희곡 중 하나로 19세기 말 러시아 귀족사회의 몰락을 묘사한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에 음악과 마술 등 볼거리를 더한 이번 작품은 부흥기 귀족으로 살았던 현실감 없는 여지주 ‘라네프스까야’와 그 주변 인물들이 새로운 시대를 맞으며 겪어내는 이야기다.

작품에는 ‘꿈꾸는 자’, ‘꿈만 꾸는 자’, ‘꿈조차 없는 자’ 세 부류의 인간이 등장한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때로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이 나기도 하고, 때론 연민이 느껴진다. 인물들의 독특한 성격과 특징 또는 난데없는 대사와 행동은 웃음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작품은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진정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인간의 우스꽝스러움, 비애의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다.

큰 사건 없이 평범한 일상생활을 그린 듯하지만 익살스러운 등장인물들에 희극성을 더해 전체적인 스토리의 비극성을 중화시키며 관객들에게 여운과 메시지를 남긴다.

비록 한 세기 전 쓰여진 희곡이지만, 체홉이 그린 인간관계의 단절은 현대의 인간소외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순간순간 상황에 끌려다니는 인간 모습 만큼 ‘웃픈’일이 또 있을까.

극중 인물들의 우스운 모습이나 부조리한 상황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공연은 이러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사는 모습을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출연진으로는 유지영·나상문·한중곤·김종진·고난영·양선영·윤석·이영환·유현지·김민채·양동진·정유정·황성인·조홍일·이승민이 참여한다.

작품 연출을 맡은 최영환 동국대 교수는 “삶에 대한 깊은 사유와 품격은 유지하되, 소극적 요소가 강한 ‘웃픈’ 연극으로 연출했다”며 “그 과정에서 극 중 인물들에 대한 값싼 연민은 철저히 배제하고, 잔인할 정도로 차갑고 냉정한 관점에서 작품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27일 오후 7시30분, 28일 오후 3시, 오후 7시30분, 29일 오후 3시 총 4차례 진행된다.

8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러닝타임은 130분이다. 전석 1만원 지정석으로 운영된다.

한편, 광주시립극단은 2020년 ‘연극적 환상’을 국내 초연했으며 2021년 고전 희극 ‘레옹스와 레나’를 올리는 등 새로운 고전 명작 발굴 및 주요 고전의 레퍼토리화를 추진하며 양질의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