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팡이도 진화하고 있다 / 윤상훈 |
| 2023년 04월 23일(일) 1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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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동안 우리는 바깥보단 실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봄의 전령사 벚꽃과 개나리를 보고, 또 올해는 유독 반가운 봄비를 맞으며 저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따뜻한 실내에서 보이지 않는 무엇과 불편한 동거를 해오고 있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우리 곁에 있어왔고 우리에게 유익하기도, 유해하기도 한 ‘곰팡이’를 말하는 것이다.
필자는 실내공기질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기에 실내공기 중 곰팡이, 그것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부유곰팡이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곰팡이는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보이고 접할 수 있기에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곰팡이로 인해 우리는 ‘백세인생’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모른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푸른곰팡이로부터 시작됐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곰팡이는 의료, 식품, 환경, 보건,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실내 환경에서 떠다니는 곰팡이를 조사·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예전부터 의학계에서는 곰팡이로 인해 유발되는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해 왔지만 환경분야에서는 2018년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에 부유곰팡이 항목이 추가됐다.
미세먼지, 폼알데하이드 등에 대한 인체위해성은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평소 우리가 숨쉬면서 들이마시는 곰팡이에 대해선 그리 큰 관심을 두진 않았던 것이다.
실내에서 곰팡이는 습하고 구석진 곳, 벽 또는 천장 등에서 볼 수 있다. 포자로 번식하며 포자가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 공기 중에서 떠다니다 물기가 있는 따뜻한 곳을 만나면 균사를 뻗어 증식을 시작한다.
이러한 부유곰팡이 포자가 인체의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면 천식, 비염과 같은 알레르기 증상부터 폐렴, 폐혈증 같은 심각한 질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가정 내에 서식하는 곰팡이는 알레르기 발병 위험을 45배 높인다고 했다.
최근 발표에서는 곰팡이로 인한 질병이 기후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고도 했다. 곰팡이는 대체로 인간과 같은 포유류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 증식하기에 지금까지는 인체가 곰팡이 서식처가 되지 못했지만 기후 온난화에 적응한 곰팡이 종들이 인간과 포유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유발시킨 기후 온난화가 역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한 사례인 것이다.
이에 필자가 근무하는 광주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올해부터 광주지역 다중이용시설 실내공기 중 부유곰팡이에 대해 기초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미세먼지, 폼알데하이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총부유세균 등에 대한 실내공기질 유지기준 검사를 우선으로 시·자치구와 함께 지도·점검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부유곰팡이 검사는 환경부에서 인가받은 실내공기질 측정업체가 대상시설을 2년에 한 번 검사를 해오고 있다.
더욱이 아직까진 권고기준(500 CFU/㎥)으로 어린이집, 의료기관 등 민감계층 이용시설에 한에서 검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유곰팡이에 대한 국내연구가 많지 않고 더욱이 우리지역에 대한 조사·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어 지금부터라도 본 연구원에서 작은 발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라는 속담이 있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에서 조사·검사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각 가정의 실내공기에 대해서는 개인 스스로 예방활동을 해야 한다.
다행히 인터넷에서 곰팡이 예방 및 제거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환경부에서도 ‘생활 속 곰팡이, 이렇게 관리하세요!’라는 소책자를 국립환경과학원과 고려대병원 천식환경보건센터와 함께 제작하여 배포하기도 했다.
많은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곰팡이도 생기기 전에 곰팡이가 번식할 수 있는 여건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현명하다. 계절마다 차이는 있지만 집안 온도와 습도를 적정수준(18-27도, 40-60%)에 맞추고, 벽에 결로가 안 생기게 단열재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므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개인의 건강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곰팡이의 생존방식이 진화하고 있듯이 우리도 곰팡이에 대한 인식과 대처하는 자세를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