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추천 작가]⑨오석근 조형적 언어로 포착한 역사의 흔적 최명진 기자

2023년 04월 24일(월) 19:35

오석근作 ‘적산(敵産)_광주(光州)01’

오석근은 개인과 국가 트라우마의 관계를 고찰하고 한국 사회에 남겨진 기억, 상처, 이념, 그리고 이를 유발시킨 권력 구조를 탐구해왔다.

지난 10여 년간은 ‘적산가옥’(敵産家屋)으로 불리는 일본식 가옥 내외부의 변화상을 전쟁과 식민지, 근대화, 산업화가 만들어낸 결과물로 간주하고 그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렌즈를 통해 들여다봤다.

적의 재산, 즉 적산가옥이라 불리는 이 주택은 일제강점기 지어진 후 미군정, 이승만 정권에 의해 한국인들에게 팔렸고, 이후 약 70여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변형, 증축돼왔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작가는 광주 도심 곳곳에 숨죽인 채 존재해온 적산가옥 또는 광범위한 식민 역사의 흔적을 사진으로 담아냈고 이를 시작으로 인천, 부산 등 타 도시와의 연결점을 찾아 그 맥락을 확장했다.

적산가옥의 시대적 변용은 한국인이 집을 이념, 역사, 국가를 넘어 실용성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살아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작가는 이러한 실용성을 주택 외부에서 발견되는 상징물을 통해서도 살핀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문, 현관문, 담벼락, 주차장 셔터 등에 부착되거나 각인된 십장생(十長生)이 주물, 모르타르로 제작된 패턴들은 한국 특유의 복을 기원하는 풍습에서 비롯한다.

아르누보, 모스크 사원, 그리스 신전, 일본, 중국의 전통문화에서 발견되는 문양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징물들은 종교, 국가, 시대를 유연하게 가로지른다.

작가는 광주에서 특징적으로 포착되는 이러한 ‘실용’과 ‘기복’의 건축적, 조형적 언어에 주목하며 변화하는 역사와 삶의 형태를 조망한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