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교육, 이제는 수용을 넘어 포용으로 / 유현석 |
| 2023년 04월 24일(월) 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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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문화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다문화 학생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광주 전체 학교 316교 중 다문화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 수는 301교로 95.25%에 해당한다. 다문화 학생 수도 4천372명으로 전체 학생 수 대비 2.52%이며, 2018년 1.62%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전체 학생 수는 2018년 18만7천779명에서 2022년 17만3천623명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다문화 학생 수는 2018년 3천40명에서 2022년 4천372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 중 다문화 학생 재학 비율이 50%가 넘는 학교도 등장했다.
필자가 어렸을 때, 동네에서 외국인을 보기가 어려워 간혹 외국인을 보면 너무 신기해 쫓아가서 ‘What time is it?’만 물어보았던 적이 있다. 다문화 학생과 같은 반이었을 때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친구가 유창한 한국어를 하던 것이 신기해 엄마에게 달려가 ‘외국인인데 한국말 잘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일상에서 다문화 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 광주에 있는 다문화 학생들은 부모의 출신국도 12개국 이상으로 많아졌으며 다문화 가정 유형도 국내 출생, 중도입국, 외국인 가정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다문화 교육은 필요하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다문화 교육정책은 다문화 학생들이 우리 문화에 보다 쉽게 순응하도록 하는 데 집중됐다. 우리말을 가르쳐주고 우리나라의 인사법, 예절, 행동 양식들을 알려주며 ‘한국은 이런 곳이니 어서 빨리 수용해 한국인처럼 행동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이는 소수문화집단이 주류 사회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시혜적 성격, 우리 문화에 통합되기를 바라는 동화주의적 성격을 띤다. 시혜적, 동화주의적 성격을 띤 정책들은 주류문화를 중심으로 소수문화에 대해 편견과 고정관념을 갖게 하거나 ‘우리가 너희보다 우월하다’는 잘못된 개념을 형성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제 다문화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정체성들이 서로 교류되고 공유되어야 한다는 ‘상호문화주의’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한국어 지원, 학습지원, 이중언어 지원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상호문화적 대화(intercultural dialogue)와 소통을 통해 소수집단 이주민들과 우리 모두가 서로에 대한 역사·문화적 배경, 가치관 등을 쌍방향적으로 이해하고 공유할 때 교육적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우리가 다른 나라로 갔을 때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쌍방향적으로 우리의 문화를 이해해주고 함께 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Onum)’은 ‘여럿이 모여 하나’라는 라틴어이다. 연방국가인 미국은 평등한 13개 주(州)가 모여 하나의 국가를 이뤘다는 건국 정신을 기리기 위해 1센트에서 50센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전의 뒷면에 이 문구를 새겨 넣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에 플루리부스 우눔’을 언급하며 다양한 문화의 존재와 공존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위와 비슷한 말이 있다. 단군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우리나라 건국이념이자 교육법이 정한 교육의 기본 이념에는 조화와 평화, 화해와 공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계관이 담겨 있다. 앞으로 다문화 교육은 수용을 넘어 포용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