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휴게시설 의무화 영세기업 ‘발등에 불’ 8월18일부터 상시근로 20인 이상 의무 시행 소규모 사업주 자금·공간 부족 등 어려움 토로 양시원 기자

2023년 04월 24일(월) 19:55

사진=연합뉴스

‘사업장 휴게시설 의무설치’가 오는 8월부터 상시근로자 20인(기존 50인) 이상 사업체까지 확대 시행되는 가운데, 소규모 영세 기업들의 애간장이 타고 있다.

제도 적용까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 경영 여건이 열악한 세입자 처지의 영세 사업자들이 많은 만큼 자력을 통한 휴게실 설치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오는 8월18일부터 상시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온도·습도·조명·환경 기준 등이 명시된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가 시행된다.

지난해 취약직종의 열악한 휴게 환경이 지속적인 사회문제로 제기되면서 모든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가 시행됐다. 우선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 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유예기간을 거쳐 50인 미만 2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1천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한 설치 및 관리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도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휴게시설 의무설치 시행 확대로 해당되는 20-49명 종사자 규모 광주 사업체 수는 2021년 기준 2천810곳에 달한다. 직전 50인 이상 사업체(1천480곳)보다 적용되는 사업체가 두 배 이상 확대된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앞둔 현장의 우려는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다. 앞서 적용됐던 50인 이상 사업체에 비해 사업장 크기나 자금 등에 있어 그 규모가 크게 적은 소규모 영세 기업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자체 구매한 사업장보다 임차로 들어간 사업장의 비중이 큰 상황에서 땅을 넓힐 수도, 신설하기도 어려워 휴게시설 설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 소재 중소기업 대표 A씨는 “현재 기업 상황이 고금리에 판매 부진까지 사정이 녹록지 않아 실질적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당분간 회의실을 휴게시설로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표 B씨 또한 “월세를 아끼기 위해 최소한의 규모로 임차한 사업장에 세 들어 사는 세입자 입장인데, 휴게실을 만들 비용·공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당장 건물 주인에게 허가 받기부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휴게시설 설치 관련, 노동계에서도 해당 제도가 노동 현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단속권을 가진 관할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 시행에 따라 10월31일까지 특별지도기간을 운영한 바 있다. 그러나 전수조사가 아닌 관할지역 내 13곳의 대학교 만을 점검, 실질적으로 휴게시설 설치 등이 가장 절실한 건설현장이나 산업현장 등은 점검하지 않아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설치현황 파악조차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행 제도가 사업 분야 구분 없이 천편일률적인 제도 시행으로 현장 상황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동반된다. 현행 휴게시설 설치·관리기준에 있어 휴게시설은 근로자가 이용하기 가깝고 편리한 곳에 있어야 함과 분진 발산이나 소음 노출에서 떨어져 있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으나 고층 아파트 건설현장과 같은 경우 이 같은 조항들이 정면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전체 노동자의 권리인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 받기 위해서는 산업현장 실태에 맞는 현실적 법안을 만듦과 동시에 정확한 실태조사 등이 동반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