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 우왕좌왕…“일단 멈추세요” ●광주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현장 가보니 대부분 차량 의식 못한 채 통행…이틀간 위반 52건 적발 신호등 설치구간 3개월 계도…“위험구간부터 단속 강화” 안태호 기자

2023년 04월 24일(월) 20:17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일시정지 의무를 어기는 차량 운전자에 대해 본격 단속에 들어간 가운데 24일 광주 서구 극락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설치된 우회전 신호등 앞에서 경찰이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에선 녹색 화살표 신호가 켜져야만 우회전할 수 있다./김애리 기자

“우회전할 때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언제 지나가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설명을 들어도 어렵기만 하네요.”

24일 오후 2시께 광주 서구 계수교차로.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차량의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계도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지난 22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실시됐지만, 이틀이 지난 이날 이를 지키는 차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곳은 평소 통행량이 많은 구간으로 외곽과 시내로 나가려는 차들로 8차선이 늘 빼곡하다. 그 때문인지 대부분의 차들은 우회전 후 속도를 줄이지 않고 횡단보도를 그냥 지나쳤다.

실제 30분간 현장에서 어린이 학원 차량 등 3대와 택시 1대를 제외하고는 수십대의 차량이 일시정지 없이 횡단보도를 주행했다.

해당 장소를 매일 지난다는 운전자 최모(33)씨는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화를 뉴스를 통해 접했지만, 보행자가 없으면 그냥 지나가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일시정지 후 지체하면 뒤에서 차들이 빵빵거리기 일쑤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반면, 같은 날 오후 3시께 우회전 신호등이 시범 설치돼 있는 서구 극락초교 사거리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이날 서부경찰서 교통과 소속 5명은 우회전 신호등에 대해 운전자들에게 홍보전단지를 나눠주면서 계도활동을 펼쳤다.

이곳을 포함해 최근 우회전 신호등을 신규 설치한 광주 5곳에 대해서는 오는 7월13일까지 3개월간 계도 기간을 운영 중으로 단속을 유예한다.

경찰은 “오는 7월부터는 이곳에서 신호를 지키지 않고 우회전해 지나갈 경우 과태료 대상입니다. 꼭 지켜주세요”라며 홍보 전단지를 배포했다.

경찰의 계도활동과 별개로 이곳에서는 신호등의 신호를 확인하고 지키는 운전자가 많았다.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차량이 서행하는 구간이기도 하지만, 신호등을 확인하고 지켰다는 시민들의 상당수였다.

극락초 주변에 거주하는 이모(51·여)씨는 “집이 근처라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이곳을 자주 지나다닌다”며 “신호등이 있는 곳은 헷갈리지 않고 지나갈 때와 멈출 때를 정확히 구분해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어떻게 지나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김상철 서부경찰서 교통과 1팀장은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도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는 반드시 일시정지한 뒤 우회전해야 하고 신호에 맞춰 이미 우회전하고 있더라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발견하면 즉시 정지해야 한다”며 “홍보물에 서행하라고 적혀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천천히 지나가라는 말로 사람이 없어도 꼭 속력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경찰청은 계도기간 종료 후 지난 22-23일 이틀간 단속을 실시, 횡단보도상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사례를 총 52건 적발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계도 홍보활동을 통해 운전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보행자 사고 유발을 높이는 구간부터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