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입찰 담합 광주 교복업체의 적나라한 수법

2023년 04월 25일(화) 19:25

학생 교복이 왜 비싼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업체들이 입을 맞춰 담합한 것이다. 제 잇속을 채우기 위해 불법을 서슴지 않았다. 광주검찰은 최근 3년간 조직·계획적으로 160억원대 입찰 담합 행위를 통해 교복값을 부풀린 광주지역 중·고등학교 교복업체 45개소 운영자 31명을 기소했다. 147개 중·고교에서 289회나 담합했고 업체별로 최소 3회에서 최대 39회까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상호 협의를 통해 낙찰받은 학교를 배분한 후 공고가 게시되면 사전에 ‘들러리’를 정해 투찰가격을 공유, 응찰하는 방법으로 낙찰가를 20% 이상 높여 이익을 극대화했다. 실제로 정상가가 평균 23만7천588원인 교복은 29만6천548원으로 5만8천960원(24.8%)이나 상승했다. 업체들은 3년간 161억 여원의 담합을 통해 32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고, 학생들은 6만원 정도를 더 지불해야 했다.

광주지역 대부분 교복업체들이 체계적으로 가담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담합에 대한 집중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학부모들의 교육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4년 도입된 ‘교복 학교 주관 구매제’ 취지를 정면으로 역행한 행태다.

수사 이전 97.3%에 달한 투찰률(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수사 시작 후 65.6%로 급격하게 하락했다고 한다. 제도 시행 초반 70%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들만의 은밀한 ‘짬짜미’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자유로운 경쟁 질서를 어지럽히고 학부모의 입학 준비 비용을 증가시킨 사건이다. 심지어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를 공격하기도 했다.

검찰은 ‘서민 다중 피해사건’으로 규정하고 감독기관인 교육청, 공정위에 수사 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다. 교육청의 계약 방법 개선 등 후속 조치도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급식과 다르게 낙찰 하한율이 없는 학교 주관 구매제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저렴한 교복이 제공될 수 있도록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