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그 소중함에 대하여 / 최래오
2023년 04월 26일(수) 19:45
최래오 들꽃작은도서관장
나는 누구일까.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환경에 따라서 변하는 존재를 두고 안다고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잘 모르는데 또 너를 안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그런 나와 네가 만나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 만남이 빚어내는 방정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누구나 퇴직하거나 하던 일을 멈추면 건강과 경제적인 여건, 그리고 주위의 환경이 변한다. 빠르거나 늦을 뿐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만남 역시 변화하는 것 중의 하나다. 경제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인연들이 조금씩 새롭게 정리되어 간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조금씩 멀어지는 일들이 생긴다. 그건 당연한 흐름이다.

이 때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 내 위치에서 객관적인 나를 찾아보고 깨우치는 일이다. 변하는 환경을 탓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가꾸고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존의 만남에서 이어진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는 동시에 또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점차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오래 전부터 쌓아온 익숙한 학연과 혈연 등 과거의 만남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당연하다. 하지만 긴장감과 설레임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해서, 새로운 만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찾아 나서지 못하면 다가오는 인연이라도 뿌리치지 않아야 한다.

얼마 전의 일이다. 지리산에 거주하는 지인과 커피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그동안 로스팅된 원두를 사서 먹었지만 이젠 직접 로스팅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그랬더니 항아리로 로스팅하는 장인이 있다며 알아보겠다고 한다. 며칠 지나 통영에 있는 로스팅 장인과 함께 필자가 사는 먼 시골까지 와서 로스팅을 가르쳐 주고 돌아갔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 그 먼 거리를 찾아와준 고마움에 나 역시 통영을 다녀왔다. 며칠 전에는 전화로 어떤 책의 구입을 문의하기에 책을 보냈더니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시간 내어 방문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 우연히 로스팅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로스팅을 하러 와주고 또 책으로 계속 이어지는 만남이 설레고 반갑다. 지금의 만남이 어떻게 이어질지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직장 퇴직 후 이해관계가 가벼운 순수한 자연인으로서의 만남이 좋다. 경제 활동에 기반 한 예전의 만남은 이해관계를 토대로 한 좁은 만남이었다. 그러나 이젠 자연인으로서 영역을 무한대로 넓히며 구속감이 없이 마음가는대로 할 수 있다는 게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내가 자유롭게 선택해서 여행을 떠나듯 앞으로의 만남은 나와 상대방의 관계를 자유롭게 엮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 결과,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여행은 목적지에 대한 그 지역의 풍경과 함께 문화를 선사한다. 더불어 여행길에서 만난 반가운 이들과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만남이 이뤄지면 여행의 즐거움이 더욱 커진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 버릴 수 있는 만남이 내게 머물러 내 삶의 폭을 넓히는데 촉매제가 되고 있다. 그런 만남을 소망한다. 그래서 세상사는 즐거움을 더욱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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