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6년’…학원비 옥외가격표시제 유명무실 대부분 미게재 불구 과태료 부과·영업정지·등록 취소 전무 학부모들 “가격비교 안돼 불편”…시교육청 “방안 등 강구” 주성학 기자

2023년 04월 26일(수) 20:16

사진=연합뉴스

사교육비 경감 및 교습비 투명화 등을 위해 ‘학원비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됐으나, 6년여가 지나도록 유명무실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관리 감독기관인 시교육청이 소위 ‘짬짜미 점검’을 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단속과 이에 따른 실질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원비 옥외가격표시제는 교습비 등을 학원 출입구 주변 등에 게시해 학원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로, 학부모들의 합리적 선택권 보장, 학원 간 건전한 가격경쟁 유도 및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2016년 전면 시행됐다.

이에 따라 학원들은 교습비 등의 정보를 출입구, 외벽 등에 게재해야 하며 관리 감독기관은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광주시 학원 및 교습소는 올해 3월 기준 4천816개에 달하지만, 최근 3년 옥외가격표시제 적발 건수는 2021년 2건, 2022년 2건, 2023년(3월 기준) 0건으로 총 4건의 행정처분(벌점)이 내려졌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단속 결과와 전혀 달랐다.

이날 광주 동·서·남·북구 등 4개 자치구 학원 40여곳을 확인한 결과 10곳 만이 출입구에 ‘교습비 등 게시표’를 부착했을 뿐 나머지 30여곳은 학원 내부 게시판에 안내하거나 이마저도 없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관리 감독기관의 단속 결과와 실제 상황이 확연히 다른 이유는 점검 날짜와 시간을 사전 고지하는 ‘짬짜미 점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학원가의 단속과 행정처분을 담당하는 광주 동·서부교육지원청은 정기점검 이전 학원에 날짜와 시간을 사전공지하고 있다.

이에 학원들은 해당 날짜에만 잠시 교습비 등이 적힌 게시표를 부착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 김모씨는 “단속에 맞춰 학원 입구 쪽에 게시표를 붙인다”며 “학원비를 공개하면 다른 학원과 비교돼 부담스럽고, 학부모 상담 과정에서 금액이 바뀌는 경우 트러블이 발생해 교습비 안내표를 붙이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학원비 옥외가격표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가격 비교 등이 불가능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남구 진월동에 거주하는 김모(38)씨는 “아이들 학원 가격을 알아보려면 가격표가 붙여져 있는 곳 외에는 전화로 물어보거나 직접 방문해야 한다”며 “단순히 가격 비교만 하고 싶은데, 학원에 가면 상담도 해야 하고 그만큼 시간도 들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정기점검을 실시하는데, 학원장 동행 및 확인사항이 있어 단속날짜를 사전 고지하고 있다”며 “특별점검의 경우 불시에 실시하지만, 10여명이 4천800여곳의 학원을 점검해야 해 인력적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학원비 옥외가격표시제 점검은 적발과 행정처분보다는 법의 테두리 내로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실효성 있는 옥외가격표시제를 위해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고 덧붙였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