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시기인데…姜시장, 함평에 군공항 이전 ‘러브콜’(?) 28일 나비대축제 개장식 행사 이례적 참석 예정 지난주 함평 이장단 경북 방문때엔 버스도 제공 道관계자 “오얏나무 아래 갓끈 고쳐매지 말아야” 김재정·박선강 기자

2023년 04월 27일(목) 20:12

비엔날레 관람하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이상익 함평군수. /사진=광주시 제공

공항 문제로 광주·전남 간 미묘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기정 광주시장이 28일 함평 나비대축제 개장식에 참석하기로 해, 배경을 놓고 지역사회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광주시가 개막 축하를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전남지사도 아닌 광주시장이 함평을 찾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다. 이 때문에 강 시장이 함평지역에 군공항 이전 관련 ‘러브콜’(?)을 보내기 위한 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광주시에 따르면 강기정 시장은 28일 오전 9시 함평 엑스포공원에서 열리는 제25회 함평나비대축제 개장식에 참석, 축사할 예정이다. 외빈 인사로는 강 시장이 유일하다. 강 시장이 축사를 통해 군공항 이전 관련 언급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이상익 함평군수가 최근 광주비엔날레 개막식과 미래차 비전 선포식 등에 참석한 것에 대한 답방 차원이라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광주시는 또 나비대축제 개막을 축하하는 차원인 만큼 정치적 해석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광주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통과 이후 광주시와 전남도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는 점에서 강 시장의 함평 방문은 축제 축하를 매개로 군공항 이전을 위한 밑바닥 다지기 행보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광주시는 함평군에 군공항 이전 문제와 관련,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 실제 광주시는 지난 21일 함평군 이장단 등 40여명이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 현장조사를 위해 대구·경북 신공항 이전지인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을 방문했을 때 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강 시장 스스로 군공항 이전 후보지 자치단체장과의 만남은 적절치 않다고 밝혀 놓고도 축제를 이유로 함평을 방문하는 것은 단순한 축하 만을 위한 자리는 아니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실제 강 시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기초 지자체 단체장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자체장의 판단과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무안군을 자극하려는 ‘역행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축제 개막을 축하하는 방문일 뿐 다른 목적은 없다”며 “함평군수를 현장에선 만나겠지만 군공항 관련 발언과 행보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초 오후에 열릴 개막식에 참석하려 했지만 같은 시간 광주지역 행사가 있어 오전에 개장 행사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시장의 함평 방문에 대해 전남도는 말을 아끼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강 시장이 함평을 가시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말고 오이밭에선 신발을 고쳐 신지말라는 옛말이 있지 않느냐”며 “(군공항 문제로 광주·전남이) 예민한 상황에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28일 오후 6시에 열릴 함평나비대축제 개막식에 전남도에서는 문금주 행정부지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김영록 지사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김재정·박선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