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은 해야 해” / 김명진 |
| 2023년 04월 30일(일) 1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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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돈 봉투 여론이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녹취상으로는 호남 인사도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민주당 현역의원 다수를 특정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지역 정가에서는 돈 봉투를 받은 의원명단이 이른바 ‘찌라시’ 형태로 돌고 있다. 명단에는 광주·전남 국회의원도 3-4명이 포함됐다. 물론 해당 의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관련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신정훈 의원은 인격과 명예를 걸고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169명 전 의원이 진실을 털어놓자고 진실 고백 운동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돈 봉투 수수는 사실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어질 검사 수사로 거론 의원들이나 주변 인사들의 돈 봉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 파장은 클 것이다. 정당법 50조는 경선과 관련 해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약속만 받아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해당의원은 차기공천 배제는 물론 사법처리 까지 받게 된다. 돈 봉투 사건의 원조격인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의 경우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국회의장직을 사퇴함은 물론 실형선고까지 받았다. 당시 법원은 “대의제민주주의 및 정당제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했다. 돈으로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침해해온 관행에 경종 울려야”한다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돈 봉투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직·간접 연루의혹이 밝혀지면 후폭풍은 크다. 돈 출처인 스폰서 사업가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으며, 대선 당시 이정근 사무부총장의 또 다른 일탈여부에 따라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공분을 사고 있는 인천 전세 사기범 사건과 ‘이정근 뇌물리스트 노트’도 불길하다.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은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없으니 대응방안도 제한된다는 점에 있다. 자체조사도 선뜻 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체조사결과를 넘어선 ‘생생한 녹취’가 추가로 보도 될 경우, 면죄부 조사 비난과 함께 지도부 책임론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민주당은 보수정당에 비해 도덕적 우위가 있다는 점 때문에 지지를 받았다. 반독재 투쟁과 민주화 운동,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남북정상회담 등의 역사를 가진 정당이다. 그런 정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부패와 매표를 상징하는 돈봉투를 돌리고 또 받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당원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 “필요하다면 돈이 최고 쉬운 건데”. 이 발언에 담긴 내부자들의 심각한 도덕 불감증과 정치적 퇴행에 지지자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은 크다.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헌법 46조 1항의 명령이다.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이다. 청렴하지 않으면 위헌이다.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관석이 형이 의원들 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나한테 그렇게 얘기했다.”“형님, 기왕 하는거 우리도 주세요” 등의 발언에는 헌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당을 제대로 혁신해야 한다. 철저히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 전반에 걸쳐 잘못된 관행과 구태를 도려내는 쇄신을 해야 한다. 관련 의원은 즉시 출당시켜야 한다. 진정어린 자성과 자정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민주당은 더 큰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차기 총선 공천과정에서부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 눈높이 맞지 않은 흠결이 있는 파렴치 전력자는 엄격히 배제해야 한다. 돈으로 표심을 움직여 당선된 공직자가 제대로 반듯하게 의정활동을 하겠는가. 돈으로 매표가 가능한데 겸손할 필요가 있겠는가. 호남은 돈으로 안 된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따끔하게 보여줘 상처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