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새들아 / 김미옥

2023년 04월 30일(일) 19:11

작은 새 두 마리가 손을 꼭 잡고
슈퍼로 들어온다
어미는 이국으로 날아갔고
키워주던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절망에 이마를 부딪친 어린 새들
옷깃에 흙이 묻은 채 과자 코너를 서성인다
어린 새가 더 어린 새에게
과자 하나를 집어주고
꼬깃꼬깃 오천 원짜리 한 장 내민다
접힌 시간의 모서리마다 왈칵 쏟아지는 오후
봄바람에 파닥이는 작은 잎들
날아라, 새들아
(시집 ‘목련을 빚는 저녁’, 황금알, 2022)

[시의 눈]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오월을 기다리던 두 아이가 재잘거리며 슈퍼로 들어옵니다. 가장(家長)은 고갯짓으로 더 어린 새에게 과자를 고르라 합니다. 오늘만은 돈 좀 쓰려하지요. 동생은 그런 언니가 자랑스럽습니다. 낮은 문틀에 이마를 찧을 때마다 언니는 절망하지 말자 했지요. 하면, 눈물 없이도 엄마를 기다릴 수 있을까요? 언니 손엔 폐휴지 대신 지폐 한 장 까맣게 매달려 파닥입니다. 이제 과자를 들고 둘은 둥지로 날아가듯 뛰어갑니다. 신발을 빠져나온 두 발가락이 먼지를 찹니다. 마침, 새가 된 슈퍼 주인이 소리치며 날아갑니다. 따 놓은 햇살의 느티 잎을 주려는 걸까요? “새들아, 새들아!” 김미옥 시인은 경북 의성에서 나 2014년 ‘문학청춘’으로 등단해 시집 ‘어느 슈퍼우먼의 즐거운 감옥’(2018)을 냈습니다. 그는 상흔의 빛깔로 물들여진 대상을 변전해 보이듯 위안의 옷을 입히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