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논란 ‘전라도 천년사’ 편찬 철저 검증해야

2023년 05월 02일(화) 19:51

‘전라도 천년사’는 정도 천년을 맞은 지난 2018년부터 5년 동안 역사·문화·예술 분야별로 전문가 집필진 213명이 참여해 34권, 1만3천559쪽으로 엮은 대규모 공동 역사서다. 광주·전남·전북 호남권 3개 광역단체가 손잡고 24억원을 들여 추진했지만 식민사관 반영 등 왜곡 논란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편찬위원회가 홈페이지에 해당 내용을 공람하면서 7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천년사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주시의회는 의원 일동의 성명서를 내고 “공람기간 연장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타당한 절차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실제로 의견 제출 기한이 2주에 그쳐 방대한 분량을 살피고 오류를 바로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담당자 개인 이메일을 통한 제출 방식도 그렇고, 식민사관과 친일로 한정한 것도 폭넓은 검토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

전라도 천년사는 5천년의 역사를 집대성한 기록물이나 지나치게 허술했다. 지난해 말 봉정식(출판기념식)이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고대 한반도 남부를 일본이 지배했다는 황당한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의 근거로 쓰인 ‘일본서기’를 인용한 표현 때문으로 알려졌다.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항이 너무도 많아 친일 사학자들이 소설을 썼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역 공동체에서 큰 이슈가 되는 것은 당연스럽다.

뒤늦게라도 호남 시·도민의 의견을 듣기로 한 만큼 다행이긴 한데, 그 기간이 짧은데다 방법도 다소 제한적이다.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또 다른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편찬위가 오는 6월께 종이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라지만 더 지연되더라도 하나의 오점 없이 올바른 관점에서 기록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려 현종 9년 1018년 오늘날의 ‘전라도’ 명칭이 정해졌다. 역사서 편찬은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과거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를 책임지는 엄중한 작업이다. 광주시의회 요구대로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