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단 1회 호기심에 중독자가 된다 / 공일권

2023년 05월 02일(화) 19:51

동양권에서는 중국이 아편전쟁으로 국운이 갈린 이후 마약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까지도 사법 체계 속에 매우 강하게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동서고금의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마약이 수백 종으로 분화하며 사회 깊이 뿌리내린 이유가 도대체 뭘까? 본질은 쾌감(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환각(幻覺)작용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는 마약이 인체 내 행복물질인 도파민(Dopamine)과 엔돌핀(Endorphins)을 생성시킨다.

필로폰의 경우 1회 사용량은 0.03mg정도인데, 투여 즉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은 정상인이 평생 분비하는 총량보다 많다고 하며, 이 상태가 72시간 지속돼 단 1회 사용만으로도 중독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마약은 첫 투약보다 더 많은 양을 투여해야만 처음과 동일한 환각을 느낄 수 있으며, 이 과정은 인체 내 도파민과 엔돌핀 생성 기능을 소멸시켜 ‘감각이 사라진 육체’만 남기며,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기 영화였던 나르코스, 레옹, 리미트리스, 독전, 마약왕, 아수라, 사생결단, 극한직업, 수리남 등 셀 수 없는 영화들이 ‘마약’이란 소재로 가득차 대중들과 친숙해진 상황이다.

확산에 있어서도 1980년대 일본으로 마약을 공급하는 화이트트라이앵글의 루트에 불과했었으나 전국 40개 하수처리장 모두에서 필로폰 등 마약류가 검출됐고, 마약류 키워드 노출 빈도가 매년 12%이상 꾸준히 증가 추세이며, 1인 투약량의 최종판매가도 3만원대에 이르게 됐다.

대부분의 마약은 호기심으로 출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필로폰 0.03mg 만으로도 평생 분비량을 능가하는 도파민이 생성되는 마당에 이보다 훨씬 강력한 몰핀-헤로인-펜타닐을 ‘단 1회만 투약해보고 내의지로 극복해 봐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은 ‘수술대 위에서 마취제가 투여돼도 마취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천배는 더 어리석은 사고일 것이다.

마약 속에는 행복도 없으며, 중독자의 절망만이 남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공일권·장흥경찰서 경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