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생이 운다 / 김경한 |
| 2023년 05월 02일(화) 1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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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등장과 함께 세대의 분리와 간극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MZ문화를 솔직함, 개성, 개인주의 등으로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세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규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MZ세대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성장과 변화의 시대에서 성취와 안정을 쌓아온 부모 세대 아래에서 지금의 청년은 정답을 강요받았다. “개천에서 용 난다.”, “열심히 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라는 말로 희망을 심어주기에는 사회가 변했다. 그들은 구글과 애플, 네카라쿠배당토가 없는 사회에서 자라며, 스마트폰과 SNS 대신 우편과 수동 다이얼 전화기를 사용했으니 말이다.
성장의 시대를 살아온 부모의 바람대로 성실하게 공부해서 사회에 나오니 고용문제와 경기침체, 코로나를 마주했다.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는 9급 공무원에 전공과 무관한 4년제 대졸자가 몰렸고, 연애와 결혼부터 앞다퉈 포기하기 시작했다. 사회 초년생이 되자 집을 가져야 한다는 바람이 불었다. 언론에서는 연신 재테크의 필요성과 부동산 광풍을 언급하며 무료로 건설사를 위한 광고를 했다. 2022년 만 19~34세 청년 취업자의 월평균 임금이 세전 252만 원이고, 청년 취업자 비율은 67.4%로 나타났다. 일단 취업을 못한 35%의 청년은 주거를 포기했다. 집을 알아보는 청년들이 있어도 금방 현실을 마주한다. 현재 광주광역시 아파트의 국민 평수 금액은 적게는 2억 내외에서 많게는 10억을 넘는다. 150만 원의 저축이 일 년이 되면 1,800만 원이 되고, 10년을 모아서 20평대 구축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마저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캥거루족일 경우에 가능한 저축금액이다. 그래서 가계대출 비율 중 2030이 35%를 차지하는 게 이해가 된다. 어른들이 만든 사회에서 실수로 넘어진 영끌을 욕하지 않기를, 전세 사기로 스스로 목숨 끊은 청년들의 삶을 돌아봐 주시기를 바란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남들처럼 취업을 선택하지 않았다. 청년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강연’콘텐츠로 만들어 사회에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은 나를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매우 힘든 일이지만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특별하게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남들과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삶의 기준점이 오롯이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진짜 어려운 일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남들처럼 또는 남들만큼 해야 하는 일이고, 삶의 기준점이 타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청년은 평범하게 살아간다. 누구보다 힘들게 오늘과 이별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90년대생이 운다. 울 수밖에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말을 듣고 청년 실업자가 되었고, 청년들이 나약해서 이도 저도 못하는 거라는 말에 버텨보니 OECD 청년자살률 1위가 되었다. 출산율 0.78의 수치를 보고 미래를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데,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환경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라는 국가주의적 이기심에 환멸을 느낄 뿐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삶을 헤쳐 나가야 하는가.
청년도 직장에서 오래 일하고 싶고, 좋은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꿈을 꾸며,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렇다고 청년에게 열정페이로 일하며 갑질을 참으라는 말을 하지 마시라. 조건 맞춰서 대출받아 일단 결혼부터 하라는 말도 삼키시라. 묵묵히 옆에서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주시라. 90년대생, 우리는 그렇게 쉽고 편하게만 살지 않았고 내 한 몸 건사할 힘과 능력은 있으니 믿어주시길 바란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 온 지 7년째이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청년의 목소리를 사회에 공유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90년대생이 운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때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그리고 사회에 나아가 대변하는 것으로 닦아주고자 한다. 당신의 가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