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토양 화마상처 선명…생태계 회복 100년 이상 소요 ●화재 발생 50여일 광주 북구 운암산 복구 얼마나 등산로, 목계단·로프난간 등 안전 시설물은 조치 완료 “나무 생사여부 최소 1년 지켜봐야…본격 복구 내년부터” 안재영 기자

2023년 05월 02일(화) 20:48

2일 오전 문인 북구청장이 담당 직원들과 지난 3월 발생한 광주 운암산 산불 피해현장을 방문, 복구 상황 등을 점검하고 주민으로 구성된 등산로 지킴이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잿더미가 된 산과 생태계 회복에는 100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예방이 최선입니다.”

화재 발생 53일이 지난 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산은 화마(火魔)가 남긴 상처가 선명했다.

등산로 입구 양 옆의 울타리와 철책 군데군데는 검게 그을렸고, 바닥은 먹물이 뿌려진 듯 새까맸다. 입구에서 약 100m 떨어진 지점부턴 불에 타 숯처럼 변해버린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줄기나 가지 일부가 그을린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뿌리부터 가지까지 통으로 불타 생기를 잃은 나무도 더러 보였다.

등산로 바깥 골짜기 주변에는 나무 밑동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곳 나무들은 불길이 정면으로 덮쳤던 탓에 대부분 회생이 불가능하거나 쓰러질 위험이 높아 베어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 위험 요인이 높은 나무 335그루와 대나무 등 잡목들이 제거돼 수풀 곳곳이 휑하게 뚫려 있었다.

바로 옆 등산로와 화재로 타버렸던 목계단, 로프난간, 야자매트 따위의 시설물이 복구된 것과 대조적으로 수목과 토양은 여전히 산불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인근 주민들은 예년처럼 산을 오르면서도 새까맣게 탄 나무와 검게 물든 흙을 보며 당시 화재를 “그야말로 재앙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운암산 화재는 지난 3월11일 오후 3시51분께 발생했다.

대나무 밭에서 쓰레기를 태우던 불씨는 바람을 타고 산으로 매섭게 번졌다.

주말 한낮에 인근 주민 500세대는 긴급 대피해야만 했고, 소방과 산림 당국 등은 헬기 11대와 장비 22대, 대원 928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건조한 날씨와 바람의 영향으로 주불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불이 꺼진 곳에서 잔불이 되살아나는 아찔한 상황도 펼쳐졌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고군분투 끝에 화재는 발생 7시간30여분만인 오후 11시20분께 완진됐다.

화재로 중·사상자는 없었지만 50대 실화자가 2도 화상을 입었고 임야 3.91㏊와 나무 1천700여주, 시설물 일부가 소실됐다.

즉각 복구에 나선 북구는 등산로와 시설물에 대해 지난 3월 말 조치를 마쳤다. 그러나 불타버린 수목과 토양에 대한 조치 완료는 아직이다.

완전히 타버린 나무를 제외하고 일부가 그을린 것들은 외관만 보고선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최소 1년 동안 천천히 생육 상태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북구는 나무들의 상태를 지켜보며 고사한 나무는 베어내고 내년 산림청에 조림(造林)·숲가꾸기 국비 사업을 건의할 계획이다.

북구 관계자는 “화재로 인해 땅이 푸석푸석해진 상태라 나무를 심어도 활착(뿌리 내림)이 어려워 내년께부터 본격적인 수목 복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소실지 내 수목들의 생육 상태를 장기 관찰한 후 벌목과 식재 범위를 산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산림청 관계자는 “눈으로 봤을 때 수목과 토양이 다시 예전과 같은 모습을 찾아도, 산불로 인한 피해와 생태계 회복까진 10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산불은 어떤 재해보다 복구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예방이 최선이다”고 강조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