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전후 폭우로 제한급수 위기 벗어났는데

2023년 05월 07일(일) 20:08

어린이날을 전후해 폭우가 내렸다. 광주 광산구는 누적 강수량이 174㎜를 기록했고, 전남은 장흥 관산, 고흥 나로도가 340㎜를 훌쩍 넘겼다. 광주 지하철 1호선 공항역 대합실에 흙탕물이 들이차 1시간 여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으며, 북구 삼각동 일대 아파트 및 상가에는 2시간 20분 가량 전력 공급이 끊겼다. 전남에서는 농경지 침수가 잇따랐다. 순천과 보성 등 5개 시·군에서 728㏊, 5억4천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면, 가뭄 해갈에는 큰 도움이 됐다. 광주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의 저수율이 비가 내리기 전 20% 초반에 머물렀다 30%를 돌파하면서 우려됐던 제한급수 가능성이 사라졌다. 동복댐은 지난 3월 14년 만에 20% 이하로 떨어졌으나 급격히 상승해 저수량이 3천200만t을 기록하고 있다. 통상 상수도 일일 취수량이 15만t인 점을 고려하면 210일 정도를 확보했다. 주암댐과 합하면 2억t을 넘어선다.

전남 완도 섬 지역 10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도 기존 25%에서 60%대로 급등하면서 효자가 됐다. 특히 보길도 부황제 등 2곳은 100%를 채워 물이 넘쳐 흐른 것으로 전해졌다. 보길·노화·금일·소안도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제한급수가 시행됐는데, 1년여 만에 해제됐다.

그동안 광주 시민들은 생활 속 20% 절약 운동을 펼쳐왔다. 전남의 물 사정도 비슷했다. 기상 예보에서도 비가 내릴 확률이 그리 높지 않았고, 실제로도 흡족한 양 만큼은 아니었다. 역설적으로 5일 간의 집중호우가 최악의 가뭄 극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도 빗물 유입이 앞으로 수일 추가로 이어지면 저수량이 더욱 올라, 사실상 위기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한다.

그렇다고 안도해서도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광주·전남을 비롯한 한반도 남부의 가뭄도 마찬가지고, 당장 올 여름에는 홍수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한편으로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어려움도 잘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