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끊은 조현병 40대, 친모 살해…책임은 가족 몫? 광주서 최근 3년 정신질환자 범죄 40% ↑…10명 중 3명 재범 구속은 검거인원 2%대 그쳐…“병상 확충·양질 치료 등 절실” 오복 기자

2023년 05월 08일(월) 20:36

이미지=아이클릭아트

# 올해 초 광주 북구에서 친모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A(44)씨는 2008년부터 조현형 장애, 알코올 의존증후군,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등으로 수십일을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 받았고, 범행 전까지 외래 진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하던 정신질환 환자였다. 하지만 주로 요양병원에서 숙식을 하며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들렀던 친모 외에는 돌보는 사람이 없어 A씨는 약을 제때 먹지 않았고, 올해 1월21일 설 연휴에 방문한 친모가 ‘뒤틀린 괴물로 보여 무섭다’며 수회 폭력을 가해 살해했다.
광주지역에서 최근 3년간 정신질환자로 인한 범죄가 약 40% 증가한 가운데 재범률도 34%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검거 후 구속 인원은 전체 검거 인원의 2%대에 그쳐 이들에 대한 치료·사후관리가 사적인 영역에 치우쳐 있는 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광주에서 일어난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2020년 167건, 2021년 194건, 2022년 233건으로 3년 사이 39.52% 증가했다.

이중 강간·강제추행은 14건에서 16건으로 14%, 절도는 78건에서 108건으로 38.5%, 폭력은 73건에서 108건으로 47.9% 각각 증가했다.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도 해마다 1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

재범률 또한 높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동종재범현황에 의하면 2020년 64명, 2021년 62명, 2022년 77명이 재범해 평균 34.4%의 높은 재범률을 보였다. 이중 절도의 재범율이 46.4%로 가장 높았고, 강도 25%, 강간·강제추행 25%, 폭력 21.5% 순이었다.

반면 검거 인원 중 구속된 경우는 2020년 2명, 2021년 5명, 2022년 6명으로 2.17%에 그친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자는 처벌보다 치료가 우선’이라는 관리방침의 영향이다.

하지만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행하는 공정영역의 치안 관리를 위해 정작 필요한 치료와 사후관리가 개인과 가족 등 사적영역으로 치부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에 하나뿐인 치료감호소에 들어가는 일도 흔치 않거니와 보호관찰은 치료의 관리보다는 행동의 제약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정신질환자의 지속적인 치료와 보호는 본인과 가족이 대부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재판에서 치료감호에 대한 판결이 나오지 않은 경우 정신질환 재소자는 교도소 내 의사에게 따로 처방을 받아 개인적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정신질환 환자를 맡을 병상도 급격히 줄고 있는 추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의사협회와 진행한 중증 응급 정신의료 문제점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시도별 정신재활시설 정원 현황에 따르면 광주·전남 정신질환 입소시설은 광주 5개소(44명), 전남 3개소(48명)로 비슷한 인구 수를 가진 대전 23개소(223명), 전북 19개소(238명)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정원수를 보였다. 이는 2014년 광주세브란스 병원 폐쇄 등에 따라 더 심화됐다.

아울러 정신질환이 갖는 혐오적 이미지에 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회피하거나 꾸준히 치료를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사회는 아픈 사람이 나쁜사람이 되도록 방치하고 있다”며 “정신보건의료의 투자를 늘려 효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지훈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는 “만성적인 초 저수가와 인력, 시설·서비스 부족으로 인해 낮은 치료율부터 치료의 질적 저하 등이 발생한다”며 “정신건강복지법과 의료법 개정을 통해 합리적 보상수준을 감안한 지불체계로 개편하고 급성기 정신건강의학의 병상 확충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