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깃든’ 뽕뽕다리 48년만에 재개통 발산마을-임동 이어…주민 기억 깃든 보물 김이강 서구청장 “상생의 다리로 거듭나길” 안재영 기자

2023년 05월 11일(목) 20:15

1960년대 광주 방직공장 노동자의 출퇴근길을 책임지던 ‘뽕뽕다리’가 11일 광주 서구 양3동 발산마을 앞에서 개통식을 갖고, 48년 만에 재개통됐다.

“친구들과 구멍 개수를 두고 서로 내가 맞다고 다투며 다리를 건넜던 그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야.”

배재일(80) 발산마을 경로당 회장은 11일 48년 만에 다시 개통된 뽕뽕다리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광주 서구 양동 발산마을에서 살아온 배씨는 놓였다 사라지길 반복한 뽕뽕다리의 역사를 모두 눈으로 본 산 증인이다.

배씨가 기억하는 뽕뽕다리의 시작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행기 철판 등 구멍이 뽕뽕 뚫린 철판을 엮어 앙상했고, 동시에 3명 이상은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좁은 다리였지만 발산마을 주민들에겐 그 무엇보다 소중했다.

발산마을에서 바로 옆 북구 임동까지는 직선거리로 그리 멀지 않았지만, 다리가 있기 전에는 양동 복개상가까지 내려간 뒤 그곳에서 광주천을 건너야 했다.

마을 바로 앞에 돌로 된 징검다리도 있었지만, 짐이나 물건은 전혀 나를 수 없었고 비가 내리면 물에 잠겨 있으나 마나였다.

그러던 중 ‘누가·언제·왜’ 놨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다리가 생기면서 마을 주민들은 언제든지 편하게 다른 동네로 나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철판을 엮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들어지다 보니, 광주천이 범람하거나 바람이 강하게 분 다음날이면 다리가 사라져 있었다는 게 배씨의 설명이다.

1961년 목수로 뽕뽕다리 재건축에 함께했다는 배씨는 “전남방직에서 일했던 여공(女工)과 마을 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세상을 떠나 예전 다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젠 몇 명 안된다”면서도 “산 사람은 모두 다리에 깃든 순간들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 뽕뽕다리는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보물과 같았다”며 “다시 세워진 뽕뽕다리를 보니 친구들과 뚫린 구멍 개수를 가지고 서로 ‘내가 맞네’ 다투며 다리를 건넜던 그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날 개통식이 열린 뽕뽕다리는 길이 65m, 폭 5m 규모의 인도교로 2021년 6월 착공, 2년여 만에 완공됐다. 총사업비는 29억원이 투입됐다.

다리 벽엔 여러 개의 둥근 창이 달려 광주천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캐노피와 전망대, 야간 조명시설이 설치돼 문화·관광적 요소도 더해졌다.

서구는 뽕뽕다리 재건과 함께 임동 방직공장 부지 일대가 개발되고, 발산근린공원이 조성되면 이 일대가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새롭게 단장한 뽕뽕다리가 활력 넘치는 광주의 미래로 이어지는 새 길이 될 것”이라며 “어르신들에겐 추억의 명소, 젊은이들에겐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상생의 다리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말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