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전두환 추징3법’ 처리 미루는 이유 뭔가

2023년 05월 14일(일) 19:06

광주 시민들을 무참하게 학살한 전두환에 대한 단죄는 죽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역사 의 죄인에 대한 처벌은 엄히 물어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과거 독재자의 전철에서 보듯 전두환은 천문학적 액수의 부정축재로 자신과 일가의 배를 불렸다. 사법 판결을 비웃듯 검은 돈으로 호의호식했다. 은닉 재산이 친손자의 폭로로 드러나고 있다. 여러 회사의 지분, 비상장 주식, 부동산만 해도 상상을 초월하고 서울 연희동 자택에는 비밀금고가 존재하며 현금 다발이 뭉치째 보관돼 있다고 한다.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천205억원 확정 판결을 받은 전두환은 사망 전까지 41%인 922억을 미납한 상태여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회에 이른바 ‘전두환 추징 3법’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라 더 납득하기 힘들다. 추징금을 미납한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그 상속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경우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독립몰수제 도입과 대상을 물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금전과 범죄수익, 그밖의 재산으로 확대한 ‘형법 개정안’이 그것인데, 법원행정처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발목이 잡혀 있다. 5·18기념재단의 2023년 인식조사에서도 전두환 손자인 우원씨의 사죄를 긍정 평가하고 비자금 환수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이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더디기만 한 가운데 가해자들은 법 체계를 무시하며 활보하고 있다.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의 죄상이야 거론할 이유도 없이 명명백백하다. 5·18 기념재단과 공로자회·부상자회·유족회 5월 공법단체, 유기홍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추징3법 통과를 촉구했다.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국민의힘도 협조해야 한다. 상임위원회 문턱을 못 넘고 수년간 방치된 법안의 신속한 처리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