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신고 ‘정영훈 장학회’ “아들은 떠났지만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있길” ●20년 맞은 광주 동신고 ‘정영훈 장학회’ 스무살에 교통사고로 숨진 아들 보상금 전액 기탁 어머니 김순희씨 “장학금 받은 106명은 새 아들” 김다이 기자

2023년 05월 15일(월) 19:59

광주동신고등학교의 정영훈 장학회가 최근 2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정영훈 모친 김순희(가운데)씨가 재학생 3명에게 15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낸 한 어머니가 아들의 이름으로 20년째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15일 광주동신고등학교에 따르면 최근 ‘정영훈 장학회’가 발족 20주년을 기념해 재학생 3명에게 150만원의 장학금과 장학 증서를 수여했다.

정영훈 장학회는 지금까지 20년 간 106명의 학생에게 총 4천4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난 2003년 8월 발족한 정영훈 장학회는 고(故) 정영훈의 모친 김순희(70)씨의 슬픔에서 비롯됐다. 김씨의 아들 정영훈(당시 20세·동신고 졸업)군은 한 살 위인 대학생 누나와 함께 나주에 있는 운전면허시험장에 다녀오던 길에 2002년 7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김씨는 대학교 1·2학년이던 남매를 떠나보내야 했다.

남매를 한 순간에 잃은 김씨는 트라우마에 도저히 광주에서는 살 수 없어 대전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8개월 만에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시름과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아이들이 원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슬렀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식들은 잃었지만, 그 흔적을 세상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아들의 교통사고 보상금 전액(1억원)을 모교인 광주동신고등학교에 기탁해 정영훈 장학회가 설립됐다.

당시 김씨는 분식집을 하고 있었고 남편인 정해옥씨는 미장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살림이었다. 부부는 아들의 대학 입학 전까지 외식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검소하게 살았었다.

그러나 부부는 1억원의 장학금을 기증했고 하늘나라로 떠난 남매를 대신해 형편이 어려운 친정 조카 남매(당시 5세, 3세)를 데려와 키웠다.

이후 김순희씨의 뜻에 공감한 영훈 군 친구들, 친척들, 모교 선생님들도 장학금을 기탁해 영훈 군을 기리고 있다.

故 정영훈군의 모친 김씨는 장학금 수여식에서 “벌써 106명의 새 아들이 생겨서 감개무량하고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이 장학회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아들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이의 기억과 가슴 속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래진 광주동신고 교장은 “20여년 전 장학회를 설립한 故 정영훈군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고, 영훈 군은 곁에 없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던 영훈 군의 봉사정신이 이 장학 사업을 통해 오롯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장학사업의 뜻깊음을 전했다.

/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