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공사 위기 ‘고통분담’…고강도 긴축 불가피 ●전기·가스요금 인상 배경과 전망 누적적자 44조7천억·미수금 11조 등 재무상황 심각 냉·난방비 부담·내년 총선 앞두고 추가 인상 힘들 듯 임채만 기자

2023년 05월 15일(월) 20:15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도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15일 정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 결정은 재무구조에 경고등이 켜진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에 대한 고통 분담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 들어서 지난 1분기 13.1원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이날 추가적으로 전기요금 8원 인상 결정을 내리면서 ‘에너지 최대 공기업’ 살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11조원대의 미수금이 쌓이고 있는 가스공사도 요금 인상을 통해 경영위기 극복에 나선다. 하지만 향후 적자가 더욱 쌓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고강도 긴축재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전 누적적자 경영부담…에너지산업 생태계 위기

한전은 2021-22년 2년간 38조5천억원의 누적 영업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조2천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8조6천억원에서 1분기에는 3조원이 더 늘어났다.

한전의 누적적자는 1분기뿐만 아니라 2분기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국내 에너지 대표 공기업으로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경제불황 속 서민의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인상 카드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에너지공기업의 재무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안정적인 전력 구매와 가스 도입에 차질을 빚어 공기업의 설비투자와 공사발주 축소 등에 따라 에너지산업 생태계도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8원 인상 시 판매수익 2조7천억 예상

한전은 이번 전기 요금 8원 인상으로 인해 5-12월 2조7천억원의 판매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폭을 최대한 줄이는 게 한전의 올해 계획이다.

지난 1분기 13.1원 인상 시 7주간 판매수익이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재무구조 위기에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요금과 더불어 가스요금도 재무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상됐다.

지난 1분기 가스요금은 난방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동절기의 국민부담을 고려해 동결된 바 있으나, 최근 가스공사 미수금이 급증하고 재무상황이 악화돼 가스요금 인상요인을 일부 요금에 반영했다.

2023년 1분기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1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6천억원에서 1분기에만 3조원이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640%(별도)로 전년 동기 대비 137%p 상승했다.

이번 가스요금 조정은 안정적인 천연가스 도입을 위해서 급증하는 미수금 증가폭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 수용성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

◇냉·난방비 폭탄 현실화(?)·총선 등 영향 추가 인상 부담

이번 인상과 별개로 추후 전기·가스요금이 추가로 인상될 지도 서민들의 관심거리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이 현행보다 각각 5.3% 오르면서 추가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스요금의 경우 지난해 여름, 겨울철에 냉·난방비 폭탄으로 인해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된 적이 있어 추가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 여름에 평년보다 더욱 심한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 것이라는 예보까지 나와 과도한 전력 사용량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이 맞물리며 ‘냉방비 폭탄’ 이슈가 나올 우려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내년 총선도 요금 인상에 걸림돌이다. 자칫 추가 인상 카드를 내놓는다면 경제불황 속 서민들의 표심이 정부와 여권을 등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신중론 속 향후 국내 경제의 흐름에 따라 추후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가스공사 살림살이 고삐죄야

누적적자가 45조원대에 달하는 한국전력과 11조원 넘는 미수금을 기록 중인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12일 일제히 자구안을 발표했다. 한전의 자구안은 25조7천억원 규모, 가스공사의 자구안은 15조4천억원 규모다.

한전은 나주 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를 열고 여의도 남서울본부 건물 등 부동산 자산 매각, 전체 임직원 임금 동결 추진 등이 담긴 자구안을 내놓았다.

지난 2월 발표된 재정건전화 계획에 담긴 20조1천억원보다 규모가 5조6천억원 커졌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전기요금의 인상에 앞서 한전이 먼저 고강도 자구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해왔다.

한전은 서울 요지 ‘알짜 부동산’으로 꼽히는 여의도 남서울본부의 매각 추진을 자구안에 새로 담았다.

임직원 임금 동결도 새 자구안에 담겼다. 한전과 10개 자회사의 2급(부장급) 이상 임직원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전체 반납하고, 3급(차장급)은 인상분 절반을 반납한다.

11조6천억 규모의 도시가스용 미수금이 쌓인 가스공사도 2급 이상 임직원들의 올해 임금 인상분 전부를 반납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또 국내 가스 수급 안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비 1조4천억원을 이연·축소하는 등 총 15조4천억원을 절감하는 경영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고강도 긴축재정 자구안을 발표한 한전과 가스공사가 적자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흑자 경영으로 거듭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