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동구, 수억 들인 ‘스마트 그늘막’ 운영·관리 ‘부실’ 2018년부터 75개 설치…‘15도 이상 자동 펼쳐진다’ 게시 32도에도 미작동…동구 “평균 6-9월 운영, 시간 논의 중” 안태호 기자

2023년 05월 16일(화) 20:16

16일 광주 동구 금남로 우리은행 앞. 스마트 그늘막이 펼쳐지지 않아 시민들이 땡볕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안태호 기자

광주 동구가 더위로부터 시민 건강을 보호한다며 수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그늘막’을 설치했지만, 32도의 불볕더위에도 작동이 안돼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일 동구에 따르면 ‘스마트 그늘막’은 무더위에 대비해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총 예산 3억900만원을 투입해 관내 75개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늘막은 수동형(2018년)과 스마트형(2020년) 2종류다. 수동형 그늘막의 설치 비용은 약 300만원이며 스마트 그늘막은 보통 약 1천만원이다.

이 중 스마트 그늘막은 일출 후 기온이 15도 이상 되면 자동으로 펼쳐지는 시스템이 탑재됐으며, ▲충장동 4곳 ▲동명동 1곳 ▲계림1동 1곳 ▲계림2동 2곳 ▲서남동 2곳 ▲지원1동 2곳 등 총 12개가 설치돼 있다.

그늘막은 유동인구가 많은 사거리에 햇빛을 가릴 곳이 없는 곳에 우선적으로 설치됐고, 해마다 평균 2-3곳씩 추가로 설치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그늘막은 정작 무더운 날씨에 작동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날 오후 2시께 동구 충장로 NC웨이브 앞 신호등에 설치된 ‘스마트 그늘막’은 천장의 막이 내려오지 않아 그늘이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

때문에 시민들은 스마트 그늘막을 바로 앞에 두고도 저마다 강한 해를 피하고자 상가 등 그늘로 피해 서 있었다.

스티커 자국과 얼룩들로 잘 보이지 않는 스마트 그늘막 안내판에는 ‘일출 후 기온이 15도 이상 되면 자동으로 펼쳐지며 풍속이 7m/s 이상 2초간 지속되면 자동으로 접힙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같은 날 동구 금남로 우리은행 앞과 5·18민주광장의 스마트 그늘막도 마찬가지로 꿈쩍하지 않고 있었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에도 작동하지 않는 그늘막에 시민들은 하나같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충장로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57)씨는 “좋은 취지로 설치했다고 생각하는데 한여름 폭염 더위만 더위가 아니지 않느냐”며 “시민을 생각해서 만들었으면 이런 무더운 날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도 잘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스마트 그늘막은 보통 시스템 설정기간을 정해 그 기간에만 자동으로 작동된다”며 “평균 6월에서 9월까지이나, 올해는 더위가 일찍 찾아와 현재 설정기간을 논의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스마트 그늘막에 있는 문구는 작동 기간에 대한 안내 없이 온도와 바람으로만 표현된 것 같아 구민들이 오해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추후 논의를 해 구민들이 헷갈리지 않게 정확한 문구로 수정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