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도 작동하지 않는 동구 스마트 그늘막

2023년 05월 17일(수) 19:41

평년보다 빨리 무더위가 닥쳤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아 시민들은 숨이 턱 막힌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그늘막이 그렇게 반갑다. 그늘막은 유동인구가 많은 교차로 횡단보도 앞과 교통섬 등에 설치돼 따거운 햇볕을 막고 그늘을 만들어 열사병을 예방한다.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도 예고된 상황이다. 지자체는 주민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광주 동구는 이른바 ‘스마트 그늘막’ 12개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충장동 4곳을 비롯해 계림2동·서남동·지원1동 각 2곳, 동명동·계림1동 각 1곳으로 첨단 시스템이 탑재됐다. 직접 사람 손으로 움직이는 수동형이 300만원 정도인데 반해, 스마트형은 1천만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다. 문제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에도 스마트 그늘막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리 부실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일출 후 기온이 15도 이상 되면 자동으로 펼쳐지며 풍속이 7m/s 이상 2초간 지속되면 자동으로 접힙니다’라는 시설 안내문구가 무색하다.

주요 횡단보도 앞에는 시민들이 땡볕 아래 녹색신호로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수억원을 들였다는 그늘막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쓸모가 없는 무용지물이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구는 보통 6월에서 9월까지 설정기간을 정해 운용한다면서 올해 더위가 일찍 찾아와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구도 헷갈리지 않게 정확한 내용으로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구적 이상기후 현상에 따라 폭염의 강도가 세지면서 쉼터 역할을 하는 그늘막은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호응도 또한 높은 편으로 동구의 사례처럼 최첨단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당연히 구매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지자체가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운영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 불편에 귀 기울이고 즉시 조치해야 한다. 스마트 그늘막도 마찬가지다. 수요조사 등을 통해 실질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리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 피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행정을 기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