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기념사에 빠진 5·18 헌법 수록 약속

2023년 05월 18일(목) 18:41

‘오월정신, 국민과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 제43주년 기념식이 유공자와 유족, 시민 등 3천명이 초청된 가운데 치러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가 오월의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한다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도전에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런 실천적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관련해선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고 언급했다.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밝혔던 지난해와 다르지 않았다. 분량은 1천610자에서 1천73자로 되레 줄었다. 보수 진영 대통령으론 처음 2년 연속 참석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비리에 얼룩진 정치인들의 국면 전환용 꼼수에 불과하며 5·18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여당은 국민의힘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당이 갖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 잘 실천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냈다.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1980년 그 날의 값진 희생 덕분으로 오늘의 민주, 그리고 자유가 가능했다. 대한민국이, 국민들이 광주와 시민들에 마음의 빚을 졌다. 5월 정신 헌법 수록을 더 미뤄선 안 된다. 진정한 국민 통합의 주춧돌로 이제는 지켜야 할, 실행으로 옮길 약속이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헌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가 되지 않아 국민투표까지 가지 못했다. 광주에 집결한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원이다.

시민사회, 학계 등 각계각층에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메시지는 이와 거리를 두는 것 같다.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 등 움직임이 없다. 올해 기념식에는 윤 대통령 뿐 아니라 국무위원, 여야 지도부 및 소속 의원들이 대다수 참석했다. 행사가 진행된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온종일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