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이들의 일그러진 영웅 / 유현석
2023년 05월 21일(일) 19:36
유현석 광주시교육청 미래교육기획과 장학사
학교폭력 문제로 모든 이가 분노하고 있다. 학창시절이 학교폭력으로 인해 망가지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학교폭력 문제가 제기되면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일이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가해자들의 비상식적인 학교폭력 행위와 반성하지 않는 태도, 가해학생 부모들의 잘못된 행동, 잘못된 행동에 비해 너무나도 턱없이 낮은 처벌 수위가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 이러한 분노는 사회적 처벌 형태로 나타난다. 쌍둥이 프로배구 선수의 퇴출, 유명 아이돌의 계약 해지, 프로야구 선수의 국가대표 박탈,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우승 후보자의 중도 탈락 등이 그나마 우리의 불만을 해소하는 결과일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항상 두 가지 입장에서 논쟁이 되고 딜레마적 성격을 띤다. 첫 번째 입장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해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입장은 그래도 커가는 과정에서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상이한 입장 차이로 학교폭력예방법을 제정하고 개정할 때에도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늘 논란의 중심이었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서면사과, 보복금지,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와 이를 생기부에 기록하고 삭제하는 것에 대한 효과성에 대해서도 ‘적절하다’와 ‘그렇지 않다’라는 입장으로 나뉜다.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은 상반되어 보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상반된 입장이라기보다는 연결선상에 있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수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이 때 아이들이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그에 따른 처벌에 수긍하며 피해학생에게 진심으로 반성하고 그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길 원한다. 이러한 행동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혹은 이러한 행동을 하게끔 하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적반하장식 태도, 내 자식만을 위한 법 기술을 이용하는 행태 등 때문에 더욱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것이다. 즉 잘못했을 때 그에 맞는 올바른 행동을 한다면 기회를 주지만 그렇지 않고 뻔뻔하게 행동한다면 더욱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2022년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건수는 2천104건, 심의건수는 758건으로 매년 증가추세이다. 최근 3년간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행정심판 청구건수는 52건, 행정소송 청구건수는 11건이다. 학폭위 심의결과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생기부 기록으로 인해 대학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생기부에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도 내 자식은 보호하려는 부모의 잘못된 마음, 아이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아닐까 싶다.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 담당 부장을 하면서 가장 갈등이 커지는 순간을 돌이켜보면 가해학생 또는 가해학생 보호자가 지나치게 책임을 회피하려고 할 때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괘씸죄가 발동되는 순간이자 개인적으로는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다. 왜냐하면 문제상황에서 부모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부모의 말투, 행동, 사고, 문제해결 과정 등은 모두 자녀에게 보이지 않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잠재적 교육과정이다.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 상황에서 부모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가는지 보여주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자란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생기면 뻔뻔한 태도로 문제를 키우기보다 빠른 사과와 함께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한다면 도덕적 인성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하는가이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올바르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더 큰 학교폭력을 막는 방법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회복을 돕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결국 어른들이 보여줘야 하는 사회적 의무이자 자녀의 올바른 본보기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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