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도청으로’…차량시위 재현 ●‘제43주년 민주기사의 날’ 기념 행사 60여대 택시 무등경기장서 구도청까지 행진 주성학 기자

2023년 05월 21일(일) 20:30

5·18민주화운동의 한 축이 됐던 기사들의 뜻을 기리는 ‘민주기사의 날’ 행사가 지난 20일 오후 북구 임동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옛 무등경기장) 앞에서 열려 민주기사동지회 회원들이 행진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애리 기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광주시민과 택시 기사들의 오월 정신은 반드시 계승돼야 합니다.”

20일 오후 광주 북구 임동 옛 무등경기장 앞.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민주기사의 날’ 행사장은 당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선배 열사들을 기리기 위한 인원들로 가득찼다.

민주기사의 날 기념행사는 1980년 5월20일 무고한 시민들을 폭행하는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한 운수노동자들이 무등경기장에 모여 계엄군을 물리치기 위해 200여대가 넘는 택시가 구 도청을 향해 시위하던 차량 행진을 기념하는 행사로, 매년 기념식과 차량 시위 재현을 하고 있다.

행사에는 정성국 5·18민주화운동 공로자회 회장,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위원장,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등 100여명이 넘는 이들이 모였다.

몸이 익을 듯한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오월 영령과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 경과보고, 시상식, 기념사, 축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이 이뤄졌으며 기념식이 끝나자 택시 기사들은 각자의 택시에 탑승했다.

43년 전 차량 투쟁에 참가했던 조성수(72)씨는 “당시 공수부대의 만행으로 많은 광주시민과 택시 기사들이 다치거나 죽었다”며 “앞으로도 ‘민주기사의 날’을 통해 사람들이 오월 정신을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량 위 보닛에 태극기를 붙인 초록색 포니와 스텔라 차량을 선두로 ‘오월 정신 계승’ 문구를 단 60여대의 택시는 무등경기장에서 출발해 신안사거리, 광주역, 유동사거리, 금남로 5가, 금남공원, 구 도청까지 4.5㎞ 구간의 행렬을 이어갔다.

정성국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회장은 “대통령과 여야 대표, 국회는 5·18항쟁 정신이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하겠다’고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위원장은 “여전히 5·18 책임자 처벌 및 역사 청산이 이뤄지지 않는 한편, 5·18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선배님들의 숭고한 투쟁에 경의를 표하며 5·18의 전국화와 책임자 처벌, 진상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때까지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