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사용 제한 농어촌 조정 바람직

2023년 05월 23일(화) 19:59

행정안전부가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등록 기준을 ‘연 매출액 30억 이하’로 조정하는 사용처 지침 개정안을 수립,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농협 하나로마트, 대형 식자재·농수산물도매점 등이 포함되면서 특히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불합리한 규제라는 비판이 높다. 불편과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도 부족하고 각종 사회 편의시설 마저 전무한 농어촌은 농협 이용이 절대적이어서 고민이 깊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영암·무안·신안)은 비료, 농약 등 농자재 뿐 아니라 일상용품 구매까지 의존하고 있고 아무리 지역농협이라 해도 30억을 쉽게 초과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조합원이 주민이고 주민이 조합원인 상황에서 농협에서 상품권을 받았다고 해 피해를 주는 바도 없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그동안 법률상 중소기업인 경우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가능해 대형병원과 대형마트 등 소상공인으로 보기 어려운 곳에서도 상품권이 사용되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소상공인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 업종을 제한하도록 했다. 상품권이 상대적으로 영세한 소상공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정된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고령화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농촌 지자체의 경우 실정은 전혀 다르다. 농협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생활필수품까지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소멸 위기로 생필품을 살 판매소도 사라져 가는 참담한 현실에서 상품권을 쓰기 위해 농협을 옆에 두고 군청 소재지나 인근 도시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이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차원이긴 하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민들의 불편을 고려해야 한다. 농어촌에서는 사용 제한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 행안부도 지자체별 여건에 따라 권고한다는 방침인 바, 긍정 검토해주길 바란다. 지역·인구 소멸에 직면한 어려움을 감안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