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공항 특별법 시행령에 독소조항이라니

2023년 05월 23일(화) 19:59

광주 군공항 이전 및 종전 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3조 2항’은 종전 부지 지자체장은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그 가치가 최대한 향상되도록 해야 하며, 초과 사업비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예방을 위해 개발계획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차액이 발생하지 않도록 ‘돈 되는 사업’으로 종전 부지 가치를 끌어올리려 압박하는 모양새인데, 광주시 입장에선 공원 등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가격을 마냥 높이기 어렵다. 이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의 부족분을 국가가 지원하는 근거를 담은 특별법 제정 취지와도 거리가 멀다. 시는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삭제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 이전지역 지원을 위한 위원회 구성·운영 시기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조항 신설을 건의하기로 했다.

국방부가 입법예고한 특별법 시행령 안에 따르면 광주시는 극단적으로 대규모 아파트 위주 난개발을 선택해야만 한다. 공공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도시의 미래 경쟁력도 악화시키는 요소가 된다. 종전 부지 매각을 둘러싼 지역사회 합의가 쉽지 않은데다, 어렵사리 물꼬를 트고 있는 이전사업에도 악영향이 충분히 예상된다.

전남도가 무안군으로 군공항과 민간공항이 함께 옮겨가야 한다고 제안하는 등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군공항을 받겠다며 선뜻 나서지 않는 만큼 지역발전을 담보할 획기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이전을 찬성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통 큰 보따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전지역 지원을 위해 재원을 대폭 늘려야 하는 광주시의 고민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재정 투입을 가능한 줄이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특별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극적인 행태로 일관한다. 군공항은 국가 안보시설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으나 ‘소 귀에 경 읽기’ 아닌가. 유감스럽다. 정부가 지원에 인색하다면 이전사업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특별법 시행령 독소조항으로 난항을 겪어선 안 되는 것이다.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광주시와 전남도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