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집시법’ 개정 놓고 ‘갈등’ 예고 여권, ‘불법전력’ 단체 집회·출퇴근 집회 제한 검토 윤재옥 “무조건 금지 아니라 위협 분명할 때 제한” 이재명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명백한 위헌적 발상” 김진수 기자

2023년 05월 24일(수) 20:47

사진=연합뉴스

사사건건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정치권이 이번에는 정부·여당의 ‘집시법’ 개정 검토 방침을 놓고 또 다시 ‘갈등’을 예고했다. 특히 경찰이 6년여 만에 불법 집회·시위 해산과 불법 행위자 검거를 위한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집회·시위 개최 계획을 신고할 경우 이를 허가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0시-오전 6시 시간대 집회 금지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경찰 등의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키는 기존 집회·시위 관련 매뉴얼이나 관행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날 협의는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노숙 집회’를 계기로 불법 집회·시위 대응책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개최됐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이번 집회와 같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는 제한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불법 전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금지나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며 “직접적으로 공공질서 안녕에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 제한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해당 조치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만희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허가제라든지 이런 의견은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집회·시위법(집시법) 5조에는 금지와 관련한 내용이 규정돼있는데 이 조항에 근거해 불법 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가 유사한 시위를 하려는 경우 금지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민들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다른 동료 시민들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경우까지 보장돼야 하는 어떤 절대적 권리는 아니지 않으냐”며 “다른 시민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를 중점적으로 봐서 남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명백한 위헌적 발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권의 실정에 대한 풍자를 탄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집회의 자유마저 박탈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민생 경제가 파탄 지경이고 나라 안보가 백척간두(百尺竿頭)”라며 “지금 한가하게 집시법 개정을 논할 때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국민의 입을 틀어 막는다고 정권의 실정이 가려지지 않는다. 국정을 책임졌으면 국정을 위임받았으면 민생과 경제, 안보 문제에 더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경찰청은 25일부터 6월12일까지 불법 집회·시위 해산과 불법 행위자 검거를 위한 ‘경찰청 및 각 시·도청 경찰 부대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불법집회 해산 훈련은 2017년 3월 이후 6년2개월 만이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