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요 / 김선기
2023년 05월 30일(화) 20:11
김선기 전남도립대 교양학부·문학평론가
요즘 트로트가 가요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문화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유명 배우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각종 광고모델이 이젠 트로트 가수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트로트는 속칭 ‘뽕짝’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그 성과를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트로트에 열광하는 까닭은 뭘까. 그것은 ‘트로트 경계의 불확실성’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 트로트는 여러 장르와 부딪치고 혼합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특징이 있다. 한때 유행했던 꺾기 창법이나 신파적인 세계관을 트로트 프로그램 출연자들에게선 발견하기 어렵다. 송가인이 국악과 트로트를 섞은 전통적인 창법 구사라든지, 발라드와 트로트를 융합한 임영웅, 성악과 트로트를 접목한 김호중 등이 좋은 예다.

최근 필자가 트로트에 관심을 가진 데에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성 짙은 노랫말과 사회를 향해 내던지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사회적 경계를 잃고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트로트의 가사는 정서적 안정감과 삶을 성찰 할 수 있는 ‘문학적 언어 기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 나훈아씨의 ‘테스형’(2020. 8)은 메시지가 강해 사회적 파장과 울림이 크다. 짐작하겠지만 여기서 ‘테스형’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친근감 있게 부른 호칭이다.

화자는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라고 소크라테스에게 인생의 고단함을 토로하고 있다. 기원전 5세기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소크라테스를 현재로 소환해 코로나19 위협과 모순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문학적 측면에서 ‘테스형’의 문법구조는 매우 특별한 기법을 갖고 있다. 노랫말에서 보듯이 ‘테스형’은 “세상이, 사랑이, 세월이 왜 이래”라는 화자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모르겠소”와 “천국은 있던가요”다. 자신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에 대해 해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 시대 군상들의 얘기가 이 노래의 기둥이자 주제다.

문학 언어로서의 ‘내일’은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테스형’에서는 ‘내일’이 더 걱정스럽고 두렵다. 역설과 아이러니다. 이러한 수사법은 화자의 내면세계를 보다 강렬하고 효과적으로 표출해내기 위한 수단이다.

화자는 여기서 세상을 향해 포효하듯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답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 시대의 ‘지성’과 ‘양심’이라던 그 많던 사람들은 눈을 감고 입을 닫은 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에서 화자는 ‘턱이 빠지도록 허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묻는다. 노래 ‘테스형’은 시작부터 사회적 소통과 단절된 공간에서 스스로 아픔을 삭여야 하는 현대인들의 애환을 밑자락에 깔고 있다. 이 노래를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유다.

소크라테스가 살던 아테네는 거짓말이 판치는 사회였다. 헤아릴 수 없는 세기가 지났음에도 오늘의 현실은 별반 나아지거나 달라진 게 없다. 우리 사회는 각 진영으로 쩍쩍 갈라지고, 정치는 온갖 궤변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위정자들은 점점 공정함과 겸허를 잃어가고 있다. ‘태스형’ 노랫말처럼 세상이 정말 왜 이런지 모르겠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못된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습니다.” 나훈아씨가 ‘테스형’을 목놓아 부르면서 절규하듯 토해낸 말이다. 그렇다, 맞다. 우리 모두 가슴에 깊이 깊이 새겨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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