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여는 詩]이밥취 쌈 / 김민정 |
| 2023년 06월 11일(일) 18: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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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 엄마 따라 약초 캐러 올라가서
점심 때 한 바구니 따 샘물에다 씻어 먹던
반찬은 무슨, 반찬 고추장 한 종지뿐
보리밥 한 쌈 얹어 도르르 말아주던
울 엄마 손길만 같던 초여름이 안겨 든다
(시집 ‘펄펄펄, 꽃잎’, 월간문학출판부, 2023.)
[시의 눈]
‘초여름’은 어머니 손길로 옵니다. 그 푸짐한 식탁처럼 푸성귀 철입니다. 무렵, 어머닌 반찬 걱정에서 헤어났지요. ‘이밥취’가 무성합니다. 이 비비추가 참 깨끗하다 싶었는데 쌈으로도 먹네요. 학교에서 오면 어머니는 시원한 ‘샘물’ 한 사발, 그리고 갓 퍼온 된장에 마늘·참깨, 참기름 두어 방울 섞어 쌈장을 준비했지요. 구풋한 김에 꿀맛이었네요. 갓 솎아온 상치, 곰취잎에 매운 고추 분질러 넣고 쌈을 먹던 그 여름은 건강했지요. 오늘 마침 처제네가 상치·쑥갓·풋마늘을 주어 점심으로 쌈을 해 먹습니다. 고기를 한점 얹으면 좋겠지만 사러 갈 새 없이 상을 차립니다. 조운 선생의 ‘상치쌈’이란 시조엔, 미어터지게 쌈을 넣은 순간 날아가는 나비에 팔려 그만 흰자위를 드러낸다는 위트가 있습니다만, 난 마침 월드컵 U-20에 뛰는 최석현의 헤더 골을 스쳐보다 그 지경에 노출됩니다. 오, 필승 코리아 쌈밥! 김민정 시인은 삼척에서 나 1985년 시조문학 창간 25주년 지상백일장에 장원으로 등단했고, 시조집 ‘나, 여기에 눈을 뜨네’(1998), ‘창과 창 사이’(2020)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상생의 자연과 자아에 대하여 온기를 불어넣거나 사랑의 서정을 긴히 끄집어내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